[진도 고교생들이 쓴 '세월호 연작소설']

기사등록 2014/12/23 16:49:57 최종수정 2016/12/28 13:51:26
첫 인문학 총서 '진도비전'에 3편 실려
진도 관련 9편과 함께 403쪽 분량 출간

【진도=뉴시스】송창헌 기자 = 304명이 사망·실종된 '세월호 참사'의 쓰라린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전남 진도에서 고교생들이 세월호의 아픔을 그린 연작소설을 책으로 엮어내 화제다.

 저자는 진도고 1학년 허보람(16)양과 같은 학년 하봄(16)양, 2학년 조항찬(17)군 등 3명.

 이들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5개월 가량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진도 사람으로서 겪은 세월호에 대한 진솔한 느낌과 비슷한 또래 10대 친구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각자 30∼40쪽 분량의 소설로 담아냈다.

 세월호 침몰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여 엮어낸 팩션(faction)으로, 애틋함과 애절함이 곳곳에 배어 있다.

 허양이 쓴 '아버지의 일기'는 진도에서 어민으로 살아가는 한 아버지의 일기 형식을 빌어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솔한 감정을 담았고, 하양의 '아침바다'는 배 안에 살아남은 아이들 두 명의 마지막 시간을 그렸다.

 조군의 '카톡'이라는 작품은 세월호 피해학생들이 다니던 경기도 안산지역 친구들과의 대화를 단체카톡 형식으로 그려냈다. 조군은 실제, 경기도 안산에서 학교를 다니다 진도로 전학온 학생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세 학생 모두 교내 인문학 책쓰기 동아리 '명량한 진도' 소속으로, 동아리 활동 과정에서 이같은 글을 쓰게 됐다.

 3편의 글은 다른 9명의 학생 저자들이 쓴 글과 더불어 403쪽 분량의 '진도비전(珍島秘傳)'이라는 책에 실렸다.

 '진도의 비밀을 전하는 책'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책은 대한민국 서남단의 보배로운 섬, 진도의 역사·생태·문화·미래를 4권의 단행본으로 제작하게 될 진도비전 총서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시간의 지도'라는 부제에 걸맞게 역사의 부침을 겪어온 진도의 시간을 주요 연대로 나누어 진도정신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설화에서부터 항몽의 깃발을 올린 삼별초, 세계 해전사에 길이 빛나는 명량해전의 주역 울돌목, 지역 주민들 간에 비극적인 분열을 초래한 한국전쟁까지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쓰인 학생 저자들의 소설로 구성했다.

 역병이 불러온 비극과 진도 고유의 도깨비 굿, 생생히 살아있는 인물들의 체취를 실감나게 묘사한 '손님', 천년을 살아남은 나무의 시각으로 삼별초의 생생한 전투를 그린 '나무의 첫 번째 오백년', 고려 말 조선초의 대변혁기에 진도로 유배온 양반의 유람기를 그린 '유람', 한국전쟁의 비극을 빙의의 초자연적 현상을 빌어 전개시킨 '홀리다' 등 고교생의 작품임을 잊을 정도로 진도가 겪은 역사적 시간을 깊이 있게 조명했다.

 이 책은 전남 최초로 고교생들이 발간한 총서로, 지난 19일부터 교육부가 대구에서 개최한 '2014 전국 책축제'에서 우수 작품 사례로 발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진도라는 섬에 어떤 이가 살고, 무엇이 나며, 특유한 역사는 무엇인지 하나둘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책을 발간하게 됐고, 세월호는 그 일부"라며 "내년 3월 전국 출간을 앞두고 있고, 상반기에는 전자책(e-북)으로도 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