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산다는 것이 행복할까, 연극 '맨 프럼 어스'
2007년 개봉한 동명의 미국 영화가 원작이다. '존 올드맨'의 행동에 의심을 품고 집요하게 추궁하는 동료 교수들과 송별연 자리에서 그가 1만4000년을 살아온 사람이라는 진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올드맨의 지난 삶에 대한 주장은 논리 정연하고도 빈틈없다. 동료 학자들의 신념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급기야 심리학 교수 '윌 그루버'가 올드맨을 향해 총을 겨누고 만다.
지식이라는 것이 실체는 사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 지식이라는 게 고정관념이고, 편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올드맨의 논증은 극 속 교수들의 지식 체계를 뒤흔들어버린다. 신성한 영역인 종교까지 건드린다.
혼란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건 올드맨의 외로움. 이름 자체(oldman)부터 느껴지는 긴 수명은 행복감 대신 사랑했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혼자 남는 고통을 안기게 했다. 불멸이 축복이 아닌 셈이다.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그는 큰 상처를 입는다. 그의 일방통행식 결정에 남겨진 사람들 역시 만만치 않은 아픔을 겪는다.
연극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또 다른 관극 체험의 즐거움도 선사한다. 순간마다 입이 쩍 벌어진다. 즐기기 위해서는 모르는 게 약이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힌트. 올드맨과 격한 논쟁을 벌이는 몇 사람과 대화 사이의 물고 물리는 부분을 주목하라. 별개로 올드맨에서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떠오르는 것 또한 재미다.
올드먼 역에는 배우 여현수와 문종원, 박해수가 트리플 캐스팅됐다. 인류학 교수 '댄'을 연기하는 이원종은 이 작품의 프로듀서로 나선다. 연출 최용훈 극단 작은 신화 대표, 대본 작가 배삼식. 내년 2월22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4~5만원. 올라운드엔터테인먼트·페이스엔터테인먼트. 02-744-7661
◇가족이라는 민낯,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
특히 구조언어학을 정신분석에 적용한 프랑스의 정신의학자 라캉을 언급할 정도로 가장 지적인 크리스토퍼는 논쟁하자고 가족들에게 강요하지만, 결국 포장된 야단이다. 가족들 말은 제대로 듣지 않고, 전혀 다른 언어인 중국어 배우기에 몰두한다.
이처럼 가족들은 빌리에게 자신들의 방식대로 주고 싶은 만큼의 사랑을 준다. 대화하고 있지만, 소통은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 발군인 점은 가족 간 소통의 부재를 부족 차원에서 끌어올리는 점이다. 부족은 어떻게든 유지해나가야 하는 인상이 짙다. 크리스토퍼를 비롯한 가족들이 빌리의 언어인 수화를 배우지 않았던 이유는 그를 '2등 시민'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장애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부족은 온전하다는 포장. 빌리의 여자친구로 청력을 잃어가는 '실비아'는 끝내 그에게 외친다. "남자친구마저 청각 장애인인 것 싫다"고.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으로 뮤지컬스타로 거듭나 이재균의 청각장애인 연기는 언뜻 봐도 노력이 상당하다. 남명렬, 남기애, 김준원, 방진의, 정운선 등 연극계에 내로라하는 '쟁쟁한' 배우들도 만만치 않다. 예술의전당과 '필로우맨' '히스토리보이즈' '스테디레인' 유명한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협업 작이다.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 무대 박동우, 조명 이동진, 소품 및 분장 조상경. 러닝타임 140분(인터미션 15분), 3만5000~5만원. 예술의전당 싹티켓. 02-580-130
'맨 프럼 어스' : 지적인 유희 끝에 찾아오는 반전의 재미 ★★★★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 : 가족이라는 민낯 ★★★★
realpaper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