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대학이 명예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그를 초대했을 때 중국이 모범으로 삼고 따를 수 있는 나라가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한국이라고 답했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에는 e-메일을 보해 “정부의 노동자 탄압에 대한 저항과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총파업에 지지의 뜻을 표명한다.” 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김영오씨에게는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의 것으로써, 그리고 적어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충격적인 재난에 관한 진실을 정부가 규명하고 공개하도록 하기 위해 당신이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라며 격려 서한을 보내왔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이들에게 촘스키는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준다. 대담집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에서도 인류 근대사를 식민주의의 피로 물들인 서양의 탐욕과 살육 그리고 은폐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반체제 지성 촘스키와 저널리스트 겸 영화제작자인 안드레 블첵(51)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두 사람의 일생을 열정적인 인문사회운동으로 이끈 개인적 경험과 함께 역사적인 담론을 펼쳐나간다.
수백 년에 걸쳐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지속적으로 수백만 명을 몰살시켜온 서구 문명의 어두운 역사가 드러난다. 지구 구석구석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잔혹한 분쟁과 침략과 전쟁의 거의 대부분이 서구의 지정학적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촉발됐다.
이러한 대학살은 과거에도 일어났고 현재도 일어나고 있지만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서구의 문화는 처벌을 모면할 뿐 아니라 지금도 자신들이 일종의 도덕적 권한을 거머쥐고 있다는 확신을 온 세상에 심어주고 있다. 두 사람은 대담을 통해 이같이 잔혹한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궁극적으로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은 희망의 담론이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다. 우리의 상황에 대해 무언가를 행하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이런 은폐된 범죄들 앞에 지레 포기해버리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밤낮으로 노력하고 변화를 위해 투쟁하는 촘스키의 여정이 감동적이다. 권기대 옮김, 288쪽, 1만5000원, 베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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