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m 불가도 32곳…2개高, 운동장조차 없어
"부대시설 증가 탓" vs "실내스포츠 등 활기"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학교운동장이 좁아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에서만 100m 달리기를 할 수 없는 학교수가 700곳에 육박한다. 운동장이 아예 없는 학교도 있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에 따른 부대시설 증가가 1차적 원인이다. 학생 체력 저하와 안전사고 등 우려스런 시각이 많은 반면 학생수 감소로 1인당 면적이 늘고 체육관 신축으로 실내스포츠가 활성화됐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2일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100m 달리기가 가능한 운동장을 보유한 초·중·고교는 광주가 313개교 가운데 초등 21개교, 중학교 22개교, 고교 29개교 등 모두 72개교로,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남은 전체 819개교 중 초등 178개교, 중학교 124개교, 고교 65개교 등 모두 362개교로 44.2%에 이른다.
광주지역 초·중·고 77%, 전남지역 55.8%는 운동장이 비좁아 100m 달리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특히 활발한 신체활동이 요구되는 초등만 놓고 보면 '100m 불가 운동장'은 광주가 86.2%, 전남은 55.8%에 이른다.
심지어 직선거리가 너무 짧아 50m 달리기마저 어려운 학교도 광주S초, S여상고, 특수학교인 남구 S학교 등 광주가 6곳, 전남은 담양 N초, 완도 S중, 무안 N고 등 26곳에 이른다.
운동장 대부분을 정원으로 꾸민 전남 M고와 법인 산하 다른 학교운동장에 더부살이하는 목포 H여고 등 2곳은 아예 자체 운동장이 없는 실정이다.
학교운동장이 좁아지는데는 법적 기준 완화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는 1969년 대통령령으로 정한 '학교시설·설비기준령'을 통해 체육장 면적은 한 변의 길이 또는 대각선 길이가 130m 이상, 체육장은 12학급을 기준으로 초등은 4800㎡, 중·고교는 9600㎡로 규정했으나, 이후 20차례 가까운 법령 개정을 통해 기준 면적을 대폭 축소했다.
학생수를 기준으로 600명까지는 초등 3000㎡(1명당 5㎡), 중학교 4200㎡(7㎡), 고등학교 4400㎡(8㎡), 600명 초과 1800명까지는 초과하는 학생 1인당 2㎡, 1800명 초과 시에는 학생 1인당 1㎡을 가산한 면적을 보유하도록 명시돼 있다.
학급당 학생수를 대폭 줄이면서 교사(校舍)를 비롯해 다목적교실과 강당, 급식시설, 주차장 등 각종 부대시설을 늘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체육수업에 크든 적든 지장을 받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의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협소한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함에 따라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전체 학생수가 줄면서 1인당 활용면적이 넓어지고, 체육관 신축이나 증·개축으로 실내 스포츠 활동도 상대적으로 활성화됐다는 긍정론도 나오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여로모로 도움이 되는 만큼 운동장 공간을 중요한 요소"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운동장이 이미 주민공동체 공간으로 발전된 만큼 이에 걸맞는 정책과 활용도 긴요할 때"라고 말했다.
goodcha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