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성모승천대축일미사' 현장…"비바 파파"

기사등록 2014/08/15 15:47:31 최종수정 2016/12/28 13:13:30
【대전=뉴시스】박영주 기자 = '비바 파파'(Viva Papa 교황 만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은 프란치스코(78) 교황을 환영하는 5만여 명의 신도들로 가득 찼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에 목청껏 "교황님, 사랑합니다"고 환호하는 목소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추는 신자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교황을 맞이했다. 앞서 두 차례 연습했던 대형 파도타기도 눈길을 끌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초 헬기를 타고 경기장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KTX를 선택했다.

 사회자인 김창옥(가브리엘) 대전 MBC 사장은 "대전 날씨가 안 좋다. 안전상의 이유로 교황이 KTX를 타고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시9분이 돼서야 경기장 밖에 도착했다.

 허례허식을 싫어하는 평소 습관대로 소형차(쏘울)를 타고 등장했다. 이후 카퍼레이드를 하며 환영인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때때로 차를 세우고 신도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린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손을 잡은 신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며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10여 분간 진행된 카퍼레이드와는 달리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예식인 미사는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됐다. 성가가 흘러나오자 교황은 사제단을 앞세워 중앙 통로로 행렬해 제대 둘레를 돌며 분향(경배의 행위)을 하고 중앙에 섰다.

 우리나라의 광복절이기도 한 이날은 가톨릭교에서는 '성모승천 대축일'로 지정됐다. 예수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하늘의 은혜를 입어 일생을 마친 뒤 하늘로 들어 올림 받은 것을 경축하는 축제일이다. 한국교회는 이날을 미사 참례 의무가 있는 의무 축일로 지낸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공동 집전자들은 제대 앞에 서서 성호경을 긋고 죄를 반성하는 기도(참회예식)와 자비송, 대영광송을 바쳤다. 기도 주제는 가톨릭교회, 세계 평화, 정치인들,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민족의 화해와 일치 5가지로 진행됐다. 시각장애인과 필리핀 이주노동자, 어린이 남녀 신자 각 1명이 기도를 이어갔다.

 미사 말미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가 교황 방한에 감사 인사를 했다. 교황의 맞은편 3층에는 '교황님, 당신과 함께 예수님을 따릅니다'는 플래카드가 올라갔다. 교황은 유흥식 주교의 두 손을 맞잡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미사를 마치지 못하고 고통을 호소하며 퇴장하는 신자도 있었다. 비상사태를 대비해 현장에는 응급 의료소 5곳과 구급대원 100여 명을 곳곳에 배치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광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3층 좌석에는 구급대원들이 몰려들며 상황이 정리하는 풍경이 연출됐다. 미사를 하던 도중 1층의 한 여성 시도가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대부분 신자는 오전 4시부터 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렸다. 대전에 거주 중인 60대 여성은 사돈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기 위해 오전 4시20분 전철을 탔다. "잠을 덜 자더라도 당연히 나와야 하는 자리였다. 이른 시간 나왔는데도 지하철에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이렇게 큰 분이 오셔서 미사를 집도해주시니 얼마나 큰 은총인가.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분들도 밖에서나 TV로 지켜볼 것이다"고 벅차했다.

 열한 살 남학생(베드로)은 열다섯 살 형, 부모와 미사에 참석했다. "평소 7시에 일어나는데 오늘은 3시간이나 일찍 일어났다. 교황이 오신다니 무척 기쁘다"고 기대했다.

 김석화(골룸바) 수녀는 논산 성모의 마을이라는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함께 생활 중인 장애인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중증 장애인을 돌보는 사람으로 장애인과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한다. 나도 그분을 위해 기도해왔다"며 "평소 중증 장애인의 손과 발이 돼 그들을 돕는 것이 가장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로 여겨졌다. 한국이 소위계층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전 도산구성당에 다니는 주부 장현숙 씨는 일찍 이곳을 찾아 봉사에 나섰다. "장씨는 검소한 교황의 모습을 존경하고 있다. 교황의 방문으로 개인적으로 소박하고 행복한 삶이 이어지고 안정적이고 평안함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아픔도 극복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40대 장애인 박완춘 씨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전북 익산에서 올라왔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그는 "성서에서 예수님은 병든 자를 고치는 기적을 많이 아울렀다. 병든 자 장애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인 약한 자, 빈자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존경해왔다. 한국에서 장애인은 관심 밖에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교황의 방문을 통해 교회와 사회가 나약한 자부터 챙기는 자세를 갖추는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청했다.

 미사에 앞서 문화행사도 진행됐다. 오전 4시부터 경기장에 입장한 신자들이 기쁘고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에 임할 수 있도록 하는 천주교 대전교구의 배려다. 대전 소년소녀합창단, 천주교 대전교구 성가대 '도나데이'(하느님의 선물)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반겼다.

 가수 인순이(체칠리아)는 '친구여' '우산' '거위의 꿈'을, 소프라노 조수미(소화 테레사)는 '넬라 판타지아'와 '아베마리아'로 분위기를 달궜다. 전광판에는 평화방송 TV가 제작한 교황 방한 특집 2부작 다큐멘터리 '일어나 비추어라'를 상영, 한국 천주교화 탄생과 박해, 개화기 선교사들의 활동가 20세기 교회의 성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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