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넘어선 강정호, 해외진출 꿈 이루나

기사등록 2014/08/11 14:54:03 최종수정 2016/12/28 13:12:04
【서울=뉴시스】김인철 기자 = 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넥센 강정호가 좌월 솔로 홈런을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4.08.07.  yatoya@newsis.com
【서울=뉴시스】문성대 기자 = 국내 야구팬들은 요즘 당대 최고의 ‘거포 유격수’를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바로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27)다. 물론 최고 수준의 수비 실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정된 수비 실력에 역대급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강정호는 5일 현재(이하 기준) 0.341의 고타율에 31홈런 8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점 부문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고, 홈런은 34개를 기록한 팀 동료 박병호(28)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장타율 또한 1위(0.729)에 랭크돼 있다. 역대 두 번째 유격수 홈런왕에 도전하고 있다. 또한 유격수 최초 타점왕에 근접했다. 데뷔 후 꾸준한 활약으로 해외 구단들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이번 시즌 후 더 큰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수도 있다. 올 시즌은 강정호에게 가장 큰 기회의 장이 될 전망이다.

 ◇‘레전드 유격수’ 대를 잇는다

 역대 국내 프로야구에 있어 대표적인 유격수를 꼽으라면 김재박(60·KBO 운영위원)과 류중일(51·삼성 감독)· 유지현(43·LG 코치)· 이종범(44·한화 코치)· 박진만(38·SK) 등을 꼽을 수가 있다. 물론 유격수의 수비만 놓고 보면 이들 외에 다른 선수들이 거론될 수 있지만, 타격 재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선수를 뽑는다면 이들을 제외할 수는 없다. 김재박과 유지현은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추고 투혼이 남다른 선수였다. 류중일과 이종범의 수비 실력도 대단했다. 류중일은 타구 판단 센스가 탁월해 타구를 여유롭게 기다리는 유격수였다. 투수와 야수에게 믿음을 주는 유격수였다. 이종범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이용한 광범위한 수비 능력이 발군이었다. 유격수로 뛴 시절은 짧지만 임팩트가 대단했다. 박진만은 부드러운 수비로 1996년 데뷔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유격수로 군림했다. 이 레전드들의 뒤를 잇은 선수가 강정호다. 강정호는 수비가 아주 뛰어난 선수는 아니다. 다소 미숙한 푸트워크로 좌우 수비 범위가 좁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지는 못한다. 해외 진출 시 유격수 포지션을 맡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글러브에서 공을 빼서 송구로 연결하는 속도가 빠르다. 어깨가 매우 강하고, 타구 판단도 빠른 편이다. 무엇보다 수비를 커버하고도 남을만한 타격 실력이 있어 감독이라면 탐낼 수밖에 없는 유격수다.

 ◇역대급 타격 실력…홈런·타점왕 도전

 유격수 포지션으로 홈런왕이 된 케이스는 한 차례에 불과하다. 유격수 포지션 특성상 체력 부담이 심해 타격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전무후무한 홈런 레이스는 대단하다. 장정호는 이종범이 기록한 종전 유격수 최다 홈런(30개)을 넘어섰다. 이제 40홈런을 바라보고 있다. 페이스가 떨어지지도 않고 있다. 7월에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 중 가장 많은 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고, 8월에도 2개의 아치를 그려냈다. 몰아치기에도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7월에 주춤했던 팀 동료 박병호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배트 스피드가 워낙 빠르고, 손목 힘이 좋아 장타를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타격 폼이 간결해져 더욱 정확한 타격을 하고 있다. 선구안도 더욱 좋아졌다. 무엇보다 슬럼프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게 강점이다. 4월까지 4개의 홈런을 친 강정호는 5월에 4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9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특히 지난 6월6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3방의 홈런을 몰아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파워를 선보였다. 한 경기 3홈런은 개인 최다기록이다. 만약 5~6월 같은 페이스를 후반기에도 보여준다면 시즌 초반에 욕심냈던 50홈런 고지도 꿈만은 아니다. 유격수 최다 타점 기록도 곧 강정호의 의해 깨질 가능성이 높다. 2003년 KIA 타이거즈 유격수 홍세완이 기록한 100타점에 벌써 근접한 것이다. 내친김에 유격수 최초 타점왕도 가능하다.

 ◇강정호가 넥센에 미치는 파급력

 넥센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5.50으로 좋지 않다. 이런 가운데 넥센이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리그 2위에 랭크된 이유는 화끈한 타선 덕분이다. 쉬어 갈 곳 없는 넥센의 타선은 상대 마운드를 난타하기 일쑤다.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여지없다. 톱타자이자 최다안타 1위 서건창(25·135안타)의 맹활약과 언제든 누상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클린업 트리오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유한준(33·15홈런 69타점)-박병호(34홈런 76타점)-강정호로 이어지는 타선은 올해 80개의 홈런에 무려 232타점을 합작하고 있다. 이들이 친 홈런 수는 일부 하위권 팀 홈런 수보다 많다. 가공할만한 타선이다. 강정호와 박병호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고 있다. 특히 강정호는 박병호가 조금 부진한 모습을 보일 때도 고군분투해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유한준 같은 경우에는 뒤에 든든한 타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위 타순도 클린업 트리오 덕에 편하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다. 이것이 넥센의 원동력이다.

 ◇강정호 해외 진출 가능성은

 지난 5일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해 강정호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해외 스카우트들이 강정호를 탐내고 있어 해외 진출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강정호는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할 수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강정호의 활약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베팅할 가치가 있는 선수인지 체크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일본프로야구 요코하마 DeNA베이스타스 스프링캠프에 초청을 받아 훈련을 했다. 요코하마의 나카하타 기요시 감독은 “한국에 가지 말고 우리 팀에 남아달라”고 말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일본프로야구에도 강정호와 같이 일발장타 능력을 갖춘 선수들은 흔하지 않다. 일본 스카우트 출신인 두산 송일수 감독은 강정호의 성공을 높게 평가했다. “수비 능력은 보통”이라고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타격 능력을 높게 샀다. 한국프로야구의 몇몇 사령탑들도 강정호가 해외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강정호는 해외진출에 대한 반응에 조심스럽다. 그는 “뚜렷한 러브콜도 없고, 매 경기 집중할 뿐이다”고 일축했다. 그래도 일본보다 미국 무대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관은 있다. 강정호가 매력적인 카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게 아니라서 입찰에 참여해야 가능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내로라하는 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정착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 단계 위의 벽을 넘어서야 하는 것은 강정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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