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블록버스터 뮤지컬은 주연배우의 연기와 노래만 두드러지는 경향이다. '시카고'는 그러나 주연배우들의 춤 능력까지 증명해보이며 노래와 연기만이 뮤지컬의 중요 요소가 아님을 웅변한다.
뮤지컬스타 최정원(45)과 가수 겸 뮤지컬배우 아이비(32·박은혜)의 캐스팅이 최적인 이유다. 최정원은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고 충격에 빠지는 열정의 디바 '벨마 켈리', 아이비는 애인에게 배신당하는 섹시한 '록시 하트'를 연기한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원캐스팅이다. 최근 뮤지컬에서는 한 배역에 더블캐스팅은 물론 쿼드러플 캐스팅도 종종 눈에 띈다. 두 여배우의 기량을 절대적으로 믿지 못하면 불가한 모험일 수도 있다.
게다가 최정원은 이번 10시즌을 비롯해 한국에서 공연한 '시카고' 라이선스에 모두 출연했고, 아이비는 2012년 '시카고'로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여우 신인상을 거머쥔 만큼 작품 자체에 대한 애정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올해 데뷔 25주년을 맞은 최정원은 능수능란하다. 여자 교도소가 배경인 이 뮤지컬에서 첫 곡 '올 댓 재즈'를 시작으로 극을 내내 주도하는 벨마는 그녀로 인해 생동감을 얻는다. 살인, 섹스 등 자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임에도 그녀의 코믹함과 페이소스를 오가는 연기로 인해 공감대가 형성된다.
적으로 대립하는 최정원과 아이비의 호흡은 찰떡궁합이다. 새로운 뮤지컬 콤비로 떠오르고 있는 두 사람은 아이비의 뮤지컬 데뷔작 '키스미 케이트'(2010)를 시작으로 '시카고'(2012), '고스트'(2013~2014)'에서 호흡을 맞추며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앙상블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뮤지컬은 앙상블의 장르이기도 하다. 특히 대극장용 뮤지컬은 주연들의 힘만으로 극을 끌고 나가기에는 벅찬 부분이 많다. 주연 배우들의 배경으로만 앙상블을 세우는 경우도 많은데, '시카고'는 이들에게 예를 갖춘다.
이번 무대에서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변호사 '빌리 플린' 역의 뮤지컬배우 성기윤은 '시카고' 초연 당시 앙상블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시카고'는 다른 배우들의 부러움을 사는 작품이에요. 배우들 스스로 자부심이 강하죠. 앙상블들이 훌륭해서 주연 배우들이 묻어가는 느낌도 있고, 앙상블들이 역대 최고조로 올라서서 더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 중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카고'가 왜 고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면면들이다. 신작이 쏟아지는 뮤지컬계에서 가끔 너무 익숙해서 그냥 넘기는 작품들이 꽤 있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매력 있고, 볼수록 왜 봐야하는지를 증명하는 작품들이 있다. '시카고'도 그 중 하나다.
9월28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프로듀서 박명성, 연출 타냐 마리아, 안무 게리 크리스트, 음악감독 이언 타운센드, 국내 연출 김태훈, 국내 음악감독 박칼린, 국내 안무 노지현. 5만~12만원. 신시컴퍼니. 1544-1555
노래와 춤, 연기 3박자가 척척 고전 뮤지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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