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18년 만에 호남에 與 깃발 '대이변'

기사등록 2014/08/04 14:54:58 최종수정 2016/12/28 13:10:05
【순천=뉴시스】류형근 기자 = 7·30 재보궐선거 순천·곡성 국회의원에 당선이 유력시 되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30일 오후 전남 순천시 새누리당 전남도당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받고 밝게 웃고 있다. 2014.07.30.  hgryu77@newsis.com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7·30 재·보궐선거의 최대 이변은 이정현 의원의 호남 당선이다.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아슬아슬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오긴 했지만 실제 그가 당선되리라고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호남인데’라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이정현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에서 6만815표, 49.43%를 획득하면서 4만9611표, 40,32%를 얻은 서갑원 후보를 가볍게 제쳤다.

 자신의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70.55%를 얻어 23.31%를 얻은 서 후보를 큰 표차로 눌렀을 뿐 아니라 서 후보의 고향인 순천에서도 46.22%를 획득해 42.92%의 서 후보를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의원은 영남권을 지지 기반으로 한 여당 후보로서 전통의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승리를 거머쥠으로써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기록들을 남겼다.

 우선 집권 보수여당의 옷을 입고 호남에서 의석을 확보한 것은 18년 만이다.

 보수여당은 1996년 15대 총선 전북 군산을에서 강현욱 전 의원이 신한국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호남 당선인을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전남으로 범위를 좁히면 1988년 13대 총선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새누리당 출신 전남 당선인을 낸 것이다.

 이 의원이 야당 텃밭에서 깃발을 꽂은 것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민주화 이후 초유의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호남에서도 지역주의 혁파의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전남 순천·곡성 지역에서 이정현 후보가 승리한 것은 호남과 대한민국의 승리”라며 “80년 광주에 이어 2014년의 호남민심은 선거혁명을 통한 지역구도 타파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발자취를 남겼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의원 개인적으로는 ‘이정현의 3전4기 드라마’의 완성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지난 19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광주시 광산 제2선거구에 민자당 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720표(1.03%)를 얻는 데 그쳤고,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다시 ‘광주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져 39.7%를 얻었지만 당선에는 실패했다.

 이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순천곡성 유권자들은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었다”며 “우리 유권자들이 한 이 어려운 선택을 올바로 평가해주시고 결실을 맺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호남 챙기기가 실현될 경우 지역주의 타파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재보선 다음날인 7월3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의원의 승리를 계기로 호남인들에게 더욱 열린 마음과 자세로 다가가겠다”면서 “앞으로 지역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 가르기 하는 정치를 단호히 배격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국민 대통합을 이루고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의 정치실험이 엄청난 성과를 낸 반면 다른 정치 중진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셔 대조를 이뤘다.

 새정치민주연합 대권주자로 꼽힌 손학규, 김두관 후보와 새누리당 임태희 후보는 이번 낙선으로 향후 상당기간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물론 자칫 정치적 재기마저 불투명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손학규 후보는 경기 수원병(팔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치 신인인 김용남 의원에게 밀렸고, 김두관 후보도 경기 김포에 출마했지만 토박이 정치 신인 홍철호 의원에게 고배를 마셨다.

 임태희 후보는 야당 텃밭인 수원정(영통)에 출마했지만 이름값을 못하고 박광온 의원에게 밀려 자리를 내줬다.

 세 명 모두 한 때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거물 정치인이지만 이번에 정치신인들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하면서 향후 정치행보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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