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66) 단국대 석좌교수는 23일 최정희의 딸인 소설가 김채원(68)씨가 보관하던 300여편의 편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당 편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상의 편지 글은 모두 10편으로 연서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 교수는 해당 편지를 이상의 친필로 보는 근거로 '글씨체가 영인문학관에 보관된 이상의 친필 유고와 일치하는 점', '편지 끝 부분에 적힌 '이상'이라는 한자 표시'를 들었다.
최정희는 잡지사 삼천리에 근무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게 되면서 미모의 여성 작가로 주목받았다. 시인 백석(1912~1996)을 포함해 당대의 문사들에게 구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히야, 나는 이제 너를 떠나는 슬품을, 너를 니즐 수 없어 얼마든지 참으려구 한다. 하지만 정히야, 이건 언제라도 조타. 네가 백발일 때도 조코 래일이래도 조타. 만일 네 '마음'이–흐리고 어리석은 마음이 아니라 네 별보다도 더 또렷하고 하늘보다도 더 높은 네 아름다운 마음이 행여 날 찻거든 혹시 그러한 날이 오거든 너는 부듸 내게로 와다고-. 나는 진정 네가 조타."(원문 표기)
권 교수는 "'정희'로부터의 사랑의 배반을 자신의 종생과 관련시킨 소설이 정희의 편지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며 "최정희와의 관계를 소재로 하면서 실제로는 반대로 자신의 욕망과 그 좌절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고 말했다.
공개된 편지는 다른 편지와 유품들과 함께 향후 설립될 종로문학관(가칭)에 기증된다.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권 교수는 이 편지를 24일 통인동 '이상의 집'에서 열리는 '오감도 80주년 기념 특별 강연'에서 일반에 공개하고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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