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은 그 영화를 가장 압축적으로 알려주는 정보다. 혹은 영화의 정체성이다. 가령 '트랜스포머'는 형태가 변하는 무엇인가가 등장한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게 하고, 제목이 '신의 한 수'라면 신의 한 수가 영화에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게 된다.
'산타바바라'도 마찬가지다. 산타바바라라는 장소가 이 영화의 전부다. 산타바바라의 햇살과 바람, 바다, 와인 양조장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게 이 영화의 목표다. 사실 정우와 수경의 로맨스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산타바바라가 주연이라면 정우와 수경은 조연이다. 다만 10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산타바바라의 풍광으로 채울 수는 없기에 끼워 넣은 이야기다.
'산타바바라'의 연출을 맡은 조성규 감독은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산타바바라는 아름답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반복되는 삶을 벗어나 영화 속 바로 저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문제는 그뿐이라는 점이다. 영화가 '걸어서 세계 속으로' 혹은 풍경에 음악을 넣은 '뮤직비디오'는 아니지 않은가.
연기호흡은 나쁘지 않지만, 이상윤과 윤진서의 연기는 평범하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정우의 동생 '소영'을 연기한 모델 출신 배우 이솜이다. 이솜은 철부지 동생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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