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모두 다 잊고서 다른 사람 만나는 널 보아도 슬프지 않게'('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날 그만 잊어요. 난 왜 이제 까맣게 잊은 채 행복하게 잘 지낼 그대가 걱정되죠.'('그만 잊어요')
절절한 가사의 이별노래를 부르는, 슬픔 가득한 목소리로 기억되는 거미(33·박지연)가 새 미니앨범 '사랑했으니..됐어'를 냈다. 수록곡을 통해 '혼자이니까'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박지연을 닮은 거미다.
박지연은 자주 웃고 울고, 사람을 좋아하는 30대 여성이다. "나이가 들면서 사랑뿐만이 아니라 살면서 겪는 일들에서 안달복달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게 됐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건 그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거 같더라고요."
7년 연습생 시절을 거쳐 2003년 1집 '라이크 뎀(Like Them)'을 발매하면서 '거미'가 됐다. 지금은 흐릿해졌지만, 애초 '음악으로 사람들을 헤어나지 못하게 하겠다' 등의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거미는 '눈꽃' '죽어도 사랑해' '그대라서' '미안해요' '그대 돌아오면' 등을 통해 이름값을 했다.
데뷔 직후 고비가 찾아왔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로 홍보됐지만, 성대결절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함께 데뷔했던 가수보다 성과가 좋지 않아서 회사에 죄송했어요. 저도 힘들었고요. 잘 안 낫더라고요. 수술하면 목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해서 고민만 하다가 연습으로 해법을 찾았죠."
노력 없이, 의도와 상관없이 얻어진 건 센 이미지다. 이를 희석시키기 위해 재킷 사진을 여성스럽게 찍기도 했다. "음악 때문에 센 이미지가 생긴 거 같아요. 노래를 들어보면 처량하고 약한 여자의 마음을 폭발시키잖아요. 그래서 세게 느낀 게 아닐까요. 사실 저는 마음 자체가 강하지 못해요. 별명도 울보인걸요."
좋아서 울었을까. 공개된 노래는 각 음원사이트 정상을 찍은 뒤 상위권에 고루 포진해 있다. "친구와 대중에게 창피하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거미의 바람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평이다. 7월19일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펼치는 단독 콘서트로 열기를 잇는다.
"죽기 직전까지 노래하고 싶습니다. 앨범을 발표하고 공연하는 게 아니더라도, 노래를 만들어서 혼자만 가지고 있더라도 노래를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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