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구본무 LG그룹 회장 '70세 룰' 지킬까?… 구광모 부장 '승계 채비'

기사등록 2014/05/13 08:10:48 최종수정 2016/12/28 12:44:50
【서울=뉴시스】박상권 기자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병환으로 후계 승계가 재계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LG그룹이 관심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LG가(家)는 삼성·현대와 함께 국내 3대 재벌 가문.

 LG가의 대표인 LG그룹은 락희화학공업을 모태로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설립한 ‘구인회상점’을 효시로 보기도 한다. LG는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구자경 명예회장-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장자(長子) 승계 가풍을 따른다.

 구본무 회장은 딸만 둘이다. 대를 잇기 위해 지난 2004년 동생 구본능 회장의 장남 구광모 부장을 양자로 들였다. 구광모 부장은 LG가 4세대 중에서는 보유 주식 가치가 가장 높다. 후계구도에서 확실한 우선순위에 있다.

 구광모 부장이 보유한 지주사 LG의 지분율은 4.84%로, 이는 3세대 오너 일가와 맞먹는 규모다.

 현재 ㈜LG의 최대 주주는 구본무 회장(10.91%)이며 구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본준 LG전자 부회장(7.72%)과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5.13%)이 2, 3대 주주다. 이어 구 부장(4.84)이 뒤를 잇는다.  

 자신을 둘러싼 지분을 모두 합하면 20%에 달하기 때문에 이미 경영권은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자 승계 원칙’에다 보유 지분 규모 측면에서도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 구광모 부장이 그룹 총수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최근 구 부장은 전자에서 그룹 지주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자에서 경력을 쌓은 구 부장이 지주사 내 핵심부서로 이동한 것은 후계구도를 위한 경영수업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을 더 주목하고 있다.

 아무리 장자 승계 원칙이라 해도 구 부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친 동생이며 현재 LG전자 성공 매출을 이끌고 있다. 

 구 부회장은 LG전자, LG화학, LG반도체,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LG 주력 계열사에서 임원과 CEO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았다.

 구 부회장은 난관을 정면 돌파하는 성격으로 ‘전투형 최고경영자(CEO)’ 또는 ‘용장’ 스타일로 유명하다.

 LG전자 각 사업장을 돌면서 실적이 나쁜 담당 임원들을 무섭게 질책하는 편이기도 하다. 이는 ‘인화’를 중시하는 LG그룹 문화에서는 다소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 때문에 ‘독한 구본준’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LG전자가 되살아났다는 평가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그룹 승계의 ‘징검다리’역할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구광모 부장의 어린나이(36)도 걸림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 다른 후계자와 달리 구광모 부장은 30대 중반으로 젊다.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경영 수업 경력도 짧은 편이다.

 여기에 고령에도 불구하고 경영일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총수들도 적지 않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주 건강 문제로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신격호(롯데), 정몽구(현대차), 조석래(효성) 등 70을 넘긴 고령총수들이 여전히 그룹에서 버티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70세 룰’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1969년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한 이후 1975년 장남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그룹의 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50세의 나이에 LG그룹 회장에 올라 20년간 그룹을 이끌고 70세가 되던 1995년에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구본무 회장 역시 50세의 나이에 3대 회장에 올라 19년째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따라서 구본무 회장 역시 70세가 되는 내년에 2선으로 물러날 지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황상으로 구광모 부장의 승계가 점쳐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룹은 언제나 상존하는 변수가 있다. 현재로서는 승계시점이 언제라고 못박을 수 없으며 LG가문의 전통이 얼마나 강하게 지켜질지도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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