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적극 법적 대처' 필요성 제기
【서울=뉴시스】양길모 기자 = #1 지난 3월21일 인천을 출발해 호주로 향하는 국내 항공사 기내. 술에 취한 듯 보이는 한 승객이 자다가 좌석 밑으로 넘어진 후 옆에 앉아 있던 승객에게 '왜 깨우냐'며 시비를 걸었다. 기내에서 소리가 커지자 여 승무원이 이를 말리려 나섰다. 하지만 이 승객은 여승무원의 멱살을 잡으며 주먹으로 폭행을 했다. 결국 이 승객은 호주에 도착, 즉시 경찰에 체포된 후 재판에 회부돼 벌금을 선고받았다.
#2 지난해 11월 인천발 방콕행 항공편에 탑승한 한 승객이 비행 중 앞 좌석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자, 이유 없이 앞 좌석 등받이를 수 차례 가격하고 폭언했다. 이 승객은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승무원을 폭행했으며, 다른 승객들까지 위협하며 폭언을 일삼아 어쩔 수 없이 해외 현지 경찰에 인계하는 절차를 밟을 수 밖에 없었다.
#3 지난해 4월 미국 LA행 항공기 내 B씨는 옆 좌석에 승객이 앉자 승무원을 불러 '자리가 비어있지 않다'며 마구 욕설을 했다. 욕설에 이어 B씨는 면세품 구입과정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해당 승무원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며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렸다.
최근 잇따라 항공사 승무원에 대한 폭언·폭행 사건 등 도를 넘은 행동 등으로 항공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 같은 기낸 난동 사례가 최근에는 급증하며 과도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업무방해 행위까지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항공기 내에서의 무질서 행위는 기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신 뿐만 아니라 승객 모두를 위험에 빠뜨려 안전 운항을 저해할 수 다는 점에서 국제 사법기관뿐 아니라 항공사는 관련법에 따라 엄정한 법적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 폭력 등 안전을 저해하는 무질서 행위가 끊이질 않고 있어 한 수위 높은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승무원에 대한 폭행이나 폭언 사건이 최근 5년간 101건(폭행 14건, 폭언 87건)이었다.
2008년 15건, 2009년 9건, 2010년 18건, 2011년 21건, 2012년 21건, 2013년 8월까지 17건으로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사후조치는 폭행 1건에 대해서만 벌금형이 내려졌다. 나머지 폭행 13건과 폭언 87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인계 후 훈방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폭행·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거짓된 사실의 유포, 폭행, 협박 및 위계로써 공항운영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항공운항을 방해할 목적으로 거짓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 규정에 따라 항공기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점거, 농성 등에 대한 처벌은 점차 늘고 있지만, 승무원이나 직원들을 위협하는 사례에 대한 법적 대처는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국내 항공사 승무원들은 서비스를 중시하는 항공 산업의 특성상 애써 웃어 넘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승무원에게 폭언이나 폭행 등은 더 큰 항공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경우에는 바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추후 책임을 묻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적극적인 법적 조치도 기내 방해행위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내 질서 및 안전을 위해 마련된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블랙컨슈머'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을 위해서 반드시 담보되어야 할 것이 바로 안전"이라며 "항공기 안전 운항을 방해하는 기내 질서 방해행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강력한 법적 조치와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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