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언제 이렇게 멋있어졌지…서공임 '민화에 홀리다'

기사등록 2014/03/04 07:11:00 최종수정 2016/12/28 12:23:08
【서울=뉴시스】민화가 서공임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민화가 서공임(54)은 어릴 적부터 화가의 꿈을 꿨다. 전북 김제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태어난 서씨는 내성적인 성격 탓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그림만 그렸다.

 초·중·고 때 소풍을 가서도 그림만 그렸다. 친구들이 놀 때 방아깨비를 잡거나 코스모스를 잘라 연습장에 그리기도 했다.

 민화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접했다. 장례식이나 전통혼례 등 마을 대소사 때마다 접한 병풍 민화가 눈에 들어왔다. 민화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진득하게 뭔가에 몰입하기를 좋아하는 성격과도 맞았다.

 “민화는 수백 개의 점을 찍어야 하고 수만 개의 선을 그려야 하는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어떻게 보면 매우 진지하고 인내심이 지나칠만큼 많아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내가 많이 배우고 재능이 많았다면 민화를 안 배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몸이 망가진다는 이유에서다.

 “등골이 휘고 눈이 나빠진다.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하루 10시간에서 18시간씩 작업한데다 나이 50이 넘으니 온몸이 쑤신다”고 고백했다.

【서울=뉴시스】서공임 '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50×70㎝, 종이에 수간분채, 2010)
 민화는 그리는 시간보다 준비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필요한 색 가루를 직접 빻고 다시 체로 걸러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곱게 분말을 만들어 아교와 섞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작업과정을 거친다. 가루를 아교와 섞어서 개는 일까지 모두 손으로 하다 보니 손도 튼다. 프레스코처럼 석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릴 때 손으로 석회 반죽을 개다가 거기서 발생한 열로 손을 덴 적도 있다. 하루 평균 16시간 작업으로 관절염 등 직업병도 생겼다.

 그럼에도 서씨는 한국은 물론 폴란드, 중국, 프랑스, 헝가리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민화 전시만 하지 않고 체험행사도 한다. 에코백이나 부채에 민화를 그려주며 우리나라 문화를 알린다”며 “그들이 그런 에코백이나 부채를 얻어가면서 한국 정서에 감동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지만, 우리 문화를 알리는 위치가 됐다는 것에 민화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전했다.

 서씨의 민화는 한복을 비롯해 양복, 이브닝드레스 등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다.

 “나는 과거와 똑같은, 그런 ‘전통 민화 하는 사람이야’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그래서 뭔가 새롭고 다른 민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원래의 그림을 재해석해보기도 하고 재료를 바꿔서 또 다른 느낌을 만들어 보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서공임 '득남을 축하드립니다'(50×70㎝, 종이에 수간분채, 2010)
 서씨가 5일부터 23일까지 ‘민화에 홀리다’란 제목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 민화 작품 54점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3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수능 본고사 만점, 이게 꿈은 아니겠지’ ‘아버지,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결혼 축하드려요,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서씨의 작품 제목이다. ‘일로연과(一路連科)’ ‘수거모질(壽居耄耋)’ ‘죽매쌍희(竹梅雙喜)’ 등 민화의 주요 주제를 한글로 풀어 달았다.

 작품들은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도 4월21일까지 소개된다. 에비뉴엘 1층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대형 모란도(600×120㎝)가 걸렸다. 민화로 제작된 다양한 아트 상품과 도자기, 협업 제품 등도 있다. 02-726-4456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