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걸스데이’의 인기 상승곡선을 분석하면 답이 나온다. 걸스데이는 2010년 ‘걸스 데이 파티 #1’으로 데뷔할 당시만 해도 섹시함을 앞세우는 팀이 아니었다. ‘반짝반짝’ 등 노래 제목에서 추정할 수 있듯 발랄함과 귀여움을 앞세웠다. 그러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바지 멜빵을 풀었다 다시 매는 안무의 ‘기대해’, 몸매가 한껏 드러나는 착 달라붙은 의상을 입고 손으로 온몸을 훑는 춤의 ‘여자대통령’로 인기그룹 반열에 올랐다. 신곡 ‘섬싱’ 역시 이 못지않다. 멤버들은 은밀한 섹시를 강조했다. 그러나 곡의 도입부에 바닥에 눕거나 엎드려 엉덩이를 살살 흔드는 등 수위가 꽤 높다. 왼쪽 옆이 트인 치마를 입고 앉아 허벅지도 훤히 드러낸다.
이에 힘입어 ‘섬싱’은 발표 즉시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에 랭크됐다. 댄스그룹 음원으로는 드물게 발표 10여일이 지나도록 1, 2위를 다퉜다. 지상파·케이블 가요프로그램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프로듀서팀 ‘이단옆차기’(박장근·마이키)가 프로듀서를 맡은 곡으로 중독성이 있다. 그러나 곡의 완성도 만으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기대해’와 ‘여자대통령’이 완성도로만 따지면 더 촘촘했다. ‘섬싱’은 멤버들의 인기가 맞물리면서 이뤄낸 성공사례다.
걸스데이는 ‘섬싱’ 발표 후 7건의 CF를 계약했다. LG전자 등 굵직한 회사도 포함됐다. 매니지먼트사 드림엔터테인먼트는 “또 여러 건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 추세라면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150% 성장한 7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걸그룹 ‘AOA’와 ‘레인보우 블랙’이 섹시 콘셉트로 나선다. 이들에 대한 호응 여부로 신체노출이 걸그룹의 인기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멤버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유닛이 가능한 AOA는 그간 실력과 청순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신곡 ‘짧은 치마’는 제목에서 연상되듯 대놓고 섹시함을 표방한다.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만든 댄스곡으로 AOA 멤버들은 ‘지퍼춤’ ‘엉파춤(엉덩이 파도춤)’ ‘원초적 본능춤’ 등의 섹시 안무를 선보인다. 티저 사진도 멤버들이 지금껏 보여준 그 어느 모습보다 노출이 심한 상태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섹시 유닛인 레인보우블랙은 스페셜 앨범 ‘차차(CHACHA)’로 돌아온다. 7인 멤버 중 김재경, 고우리, 오승아, 조현영으로 꾸렸다. 앨범을 소개하는 ‘스타일 필름’을 15·19세 이하 관람불가 등급으로 분류해 정오와 자정에 나눠서 공개하는 등 노출 수위가 꽤 높다. AOA와 레인보우는 아직까지 인지도가 높지 않다. 청순발랄함을 내세웠을 때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섹시함으로 인기를 끈 걸스데이와 달샤벳을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눈여겨볼 만한 팀은 섹시 걸그룹의 대표주자로 등극한 ‘씨스타’다. 특히 보컬 효린, 래퍼 보라로 구성된 섹시유닛 ‘씨스타19’로 폭발적인 호응을 누렸다. 과감한 안무와 노출이 우선시되지만, 효린이라는 걸출한 보컬에 맞는 노래들로 실력도 인정받는 모양새다.
가요계 관계자는 “걸그룹의 노출은 단기간에 눈길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면서도 “실력이 모자라거나 앨범의 맥락 없이 무조건 노출을 강조하는 것은 멤버들을 소비하는 일이다. 섹시함을 남발하기보다는 콘셉트에 맞춰 현명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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