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 높게 올라간다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게 아니다'는 대중의 시선, 평론가의 잣대에도 당시 날카롭게 뻗는 고음은 매력적이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일반인이 소화하기 어려운 음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보컬에 대중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 시절, 고음을 뽐내던 가수들은 어디로 갔을까.
록발라드는 아니지만 카랑카랑한 고음을 뽐낼 수 있는 곡으로 밴드 '스트라이퍼스'의 '투 헬 위드 더 데빌(To Hell with the Devil)'도 있었다. 내달리는 기타 사운드를 등에 업은 마이클 스위트의 날카로운 고음이 전율을 안기는 곡이다. 고음을 뽐내던 가수 김경현(31)은 "'투 헬 위드 더 데빌'은 2000번 넘게 부른 거 같다"고 말했다.
김경현이 연말 록발라드 '끝이래'를 발표했다. "솔직히 너무 슬프다. 눈물도 났다. 지금은 20대였을 때보다 소리가 안 나온다"는 김경현이 부른 '끝이래'에는 "안정적인 4옥타브 도"가 담겼다. 전성기 4옥타브 파# 음을 내던 그다.
"제2의 김경호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구하고 연습한 덕이다. '더 크로스' 시절 부른 '돈트 크라이(Don't cry)'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떠나가요, 떠나지 마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은 보컬 지망생들의 단골 연습곡이었다.
"다른 장르 연습도 많이 해봤어요. R&B 같은 창법도 시도해봤죠. 하지만 제게 맞는 옷이 아니었어요. 제가 지금부터 연습한다고 나얼을 이기겠어요? 프라이머리 범키처럼 트렌디한 노래를 부른다고 제가 그 맛을 낼 수가 있겠어요?"
'음악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 탓만 하던 과거를 후회했다. "부와 명예는 자신이 노력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내가 지금 잘 된 애들보다 노력한 걸까?'라고 생각하면 솔직히 아니에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미니홈피를 찾아와 응원하는 팬들에게서 힘을 얻었다. "그 사람들에게는 제가 아티스트였던 거죠. 경제적인 부분에 집착한 예전 모습이 팬들에게는 배신이었던 겁니다. 그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습니다. 사비를 털어서 앨범을 내더라도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가수들이 팬이 한명뿐이라도 노래 부르고 싶다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가요."
'록 윌 네버 다이(Rock Will Never Die)'라며 인사를 건넨다. "김경현도 아직 안 죽었다"며 입꼬리를 올린다. "제 목이 다하기 전까지 보여드릴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지 못했던 게 아쉽거든요. 록음악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무대를 휘저을 자신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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