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동방신기, 데뷔 10주년에 떠난 시간여행…'타임슬립'

기사등록 2013/12/27 08:57:57 최종수정 2016/12/28 08:35:13
【고양=뉴시스】이재훈 기자 = 교복을 입고 부른 귀여운 '허그', 두 명의 합이 극대화된 5집 '타이틀곡 '왜'(킵 유어 헤드 다운·Keep your head down)와 6집 타이틀곡 '캐치미', 내년 1월6일 발매하는 정규 7집 '텐스(TENSE)'에 수록되는 '항상 곁에 있을게'…

 한류듀오 '동방신기'(유노윤호·최강창민)가 26일 오후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펼친 데뷔 10주년 기념 콘서트 'SM타운 위크 TVXQ-타임 슬립'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을 떠났다.  

 콘서트명으로 내세운 '타임슬립'은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이다.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시간 여행을 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동방신기는 이날 기준으로 정확히 10년 전 데뷔했다. 2003년 12월26일 SBS TV 송년특집 '보아 & 브리트니 스페셜'에서 처음 얼굴을 알린 뒤 이듬해 1월14일 데뷔 싱글 '허그'를 발표했다.

 당시 아이돌 그룹으로는 이례적으로 실력을 갖춘 팀으로 평가 받으며 단숨에 톱 반열에 올랐다. 이후 '풍선' '라이징 선' '주문' 등의 히트곡들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류 열풍의 초석을 다졌다.

 2009년 5인 그룹에서 'JYJ'(김재중·박유천·김준수) 멤버들이 떨어져 나갔다. 2010년 8월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합동 공연 'SM타운'에서 두명으로서는 처음으로 동방신기라는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올라 '왜'를 불렀다. 

 이후 2명으로 재편된 뒤에도 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일본에서 해외 가수 처음으로 7만5000명 규모의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고, 단일 투어로 85만명을 끌어모아 한국 가수 사상 최다 청중 기록을 세웠다. 미국과 칠레, 중국,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월드 투어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동방신기는 이날 콘서트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오가며 지난 10년을 농축했다. '마이 리틀 프린세스' '믿어요' 같은 데뷔 초창기 발표한 곡, '풍선' '라이징 선' 등 한류열풍의 초석을 다진 곡, '히어 아이 스탠드' '꿈' 등 최근 앨범인 6집 수록곡 등을 들려줬다. 특히 '마이 리틀 프린세스' '믿어요' '바보' '약속했던 그 때에' 같은 초창기 발라드를 들려줄 때 팬들은 향수에 젖어들었다.

 멤버들이 그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공개한 개별 무대도 있었다. 유노윤호는 이날 첫 공개한 자작곡인 모던 록 풍의 '산타 레볼루션'으로 악동 산타, 최강창민은 듀오 '노라조'의 '야생마'를 통해 말로 변신하는 등 발랄하고 코믹한 모습을 선보였다. 전날이 크리스마스였던 만큼 '지저스, 조이 오브 맨스 디자이어링',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슬레이 라이드' 등 캐럴도 들려줬다.

 캐럴 앨범인 '크리스마스 기프트 프롬 동방신기'의 수록곡 '마법의 성'을 마지막으로 본 공연이 끝나자 팬들은 "사랑해"와 "동방신기"를 외쳤다. 앙코르으로 데뷔곡 '허그'가 흘러나오자 공연장은 떠내려갈 듯했다. 데뷔 때처럼 교복을 입고 2층 객석 뒷편에서 등장한 두 멤버는 자신들은 언제나 초심이라는 듯 10년 전을 재현했다. 이후 10주년을 기념하는 케이크가 무대 위에 나오고, 팬들은 머리 위에 동방신기 10주년을 기념하는 빨간 고깔 모자를 썼다. 동방신기 두 멤버는 축배를 들기도 했다. 7집을 예고하는 스윙 풍의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곡 '땡스 투(Thanks To)'를 합창하며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유노윤호는 "동방신기 10주년입니다. 벌써 교복 입고 노래 부른지가 어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후딱 지났다"면서 "10년 왔으니 20년 가자"고 말했다. 최강창민은 "팬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열 살 짜리 생일아이의 파티 같다"면서 "설렘이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저희 팬이 된 시점은 다 다르더라도, 같은 시간 같은 추억을 공유한 것만으로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요."

 동방신기는 이날  약 2시간40분 동안 25곡을 들려줬다. 네 가지 테마 영상이 삽입된 이날 공연은 보여주는 나열 식이 아닌 추억과 감정을 주고받는 교감의 공연이라 그래서 더 특별했다. 과거를 다룬 '타임 1', 슬럼프에 빠졌다 이를 극복한 '타임 2'과 '타임 3',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가는 '타임 4' 영상이 그것이었다   

 SM 소속 가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일컫는 'SMP'(SM 퍼포먼스)의 상징인 동방신기는 그러나 이날 무엇보다 팬들과 교감하는데 주력했다. 댄스곡 보다는 발라드곡을 주로 부른 것이 방증이다. 다른 공연보다 멘트 비중을 높이는 등 팬들과 대화 시간도 늘렸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동방신기는 그렇게 팬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간 발표곡을 망라한 시간여행은 팬들 마음 속을 누빈 또 다른 여정이기도 했다. 콘서트 직전 기자회견에서 "동방신기 하면 최고의 쇼, 좋은 퍼포먼스, 인간적으로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데뷔 20주년을 맞도록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동방신기는 이날 벌써 데뷔 20주년을 향한 돛을 올렸다.

 한류그룹인만큼 일본과 타이완 등지에서 취재를 오는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이날 콘서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일본에서 톱 그룹의 위상을 반영하듯 현지 영화관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총 1만명이 동방신기 상징색인 레드펄의 야광봉을 흔들었다. 27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공연, 모두 2만명을 모으게 된다.

 한편, 이날 콘서트는 SM 소속 가수들의 릴레이 콘서트인 'SM 위크'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난 21일 '샤이니'의 콘서트로 시작한 'SM 위크'는 '소녀시대'와 '에프엑스'(f(x)) & 엑소(Exo), 동방신기를 거쳐 28~29일 슈퍼주니어까지 총 8차례 공연을 통해 8만명을 불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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