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유령의 핵항모]제139회 대거(DAGGER)(6)

기사등록 2013/12/24 07:10:00 최종수정 2016/12/28 08:34:19
【서울=뉴시스】<김은기·소설·유령의 핵항모>  대거는 무슨 말인지 몰라 그들을 번갈아 봤다.   “혹시나 홈 비디오 찍나 해서 말이야. 심심풀이로 찍는 커플들 있잖아, 포르노 사이트에 올리기도 하고, 그런데 거기에 우리 얘기가 나오면 곤란하잖아.”  “나~참~.”  대거가 어이없어하는 가운데 행키라는 자가 방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작은 방이라 비디오카메라나 등의 촬영기구 존재를 확인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10분 정도쯤 지났을까? 이상 없다는 보고를 하곤 복도 쪽으로 다시 원위치한다. 그제야 침입자는 구석의 의자 하나를 잡아당겨 거기에 앉는다. 그리곤 권총을 잡은 손을 그 무릎 위에 놓는다. 여차하면 그냥 쏴 버릴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이다. 더들리의 주문은 단도직입적이다.  “다른 게 아니야, 누굴 좀 죽여 달라고.”  “뭐요?”  대거가 코웃음 치며 거부의 뜻을 표명했다.  “하! 아니, 내가 그런 놈으로 보이슈? 사람을 죽여 달라니? 난 그런 일 안 해!”  “상대는 몹시 나쁜 놈이야. 우리 미국의 적이지. 이 좋은 나라에 살면서, 한 번쯤 나라에 충성하면 좋잖아.”  “그런 건 당신들이나 하시지, 왜 나한테까지 와서 이래?”  “우린, 하고 싶어도 못 해.”  “실력이 꽤 있어 보이는데. 그런 일은 나보다 당신들이 전문 아닌가?”  “문제가 좀 있어. 장소가 서울이거든.”  “뭐? 서울?”  “총기를 갖고 갈 수도 없고, 건 러너(gun runner: 총기 밀매업자)도 없는 데야. 외국인이면 더더욱 눈에 잘 띄고, 그런데 당신은 두 가지 다 관계없어. 한국계 혼혈이라 외모도 되고, 거기에 또 나이프의 명수고.”  “········.”  “그러니 딱 한 명만 쑤시고, 그 다음 날 바로 오면 돼.”  “다음 날 바로?”   “완전 블리츠 클릭(전격전)이야, 번개처럼 해 치우고 번개처럼 사라지는 거지. 어때?”  대거가 잠시 생각하는 표정이다. 관심이 있다는 뜻이다.  “시차를 느낄 새도 없겠군.”  “할 텐가?”  “그 대신 나한테 뭘 주는데?” 더들리는 씩~ 웃으며 권총이 들리지 않은 왼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가르시아 형제들 감옥에 보내주지.”  대거의 눈이 번쩍 뜨이자, 더들리가 가르시아 형제를 감옥에 보내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얼마 전, 가르시아 애들과 관련된 녹음테이프 하나를 입수했어. 녹음된 건, 도망간 매춘부를 죽일 때의 아주 끔찍한 소린데, 함부로 도망가면 이렇게 된다는 식의 내부 교육용으로 만든 거야. 그런데 이걸 재판정에 제출하면 어떻게 될까?”  “상당히 재미있겠는데.”  <계속> 기획 ㈜미디어바오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