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난로는 종류도 다양하여 1990년대 초 등장한 고체형 주머니 손난로부터 똑딱이가 들어있는 액체형 손난로를 거쳐 요즘은 옷 속이나 신발에 붙이는 핫 팩, 한 번 충전하면 몇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조약돌 손난로, 귀여운 인형 모양의 손난로도 등장했다. 심지어 USB 연결 방식의 방석과 발난로까지 새로운 유행 상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손난로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무엇일까?
고체형 손난로를 만들려면 부직포로 된 주머니와 철가루, 활성탄, 소금물, 톱밥 등이 필요하다. 준비된 재료를 주머니 안에 넣고 입구를 막아주면 손난로가 완성된다. 그다음 흔들어주기만 하면 끝! 흔들이 손난로는 그냥 두면 열이 발생하지 않지만 세게 흔들수록 따뜻해지는데 그 이유는 주머니에 든 철가루가 골고루 녹슬기 때문이다.
철이 녹슬 때 열이 발생한다고?
그렇다. 철가루뿐 아니라 못이 녹스는 과정에서도 열이 발생한다. 물론 반응속도에 따라 느껴지는 열의 정도가 다르므로 주위에서 천천히 녹스는 못의 열을 측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비해 손난로에 넣어주는 철가루는 표면적이 매우 커서 반응이 잘 일어난다. 주머니 속의 철가루가 물, 공기와 빠르게 반응하여 녹슬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므로 주위 온도가 30~60℃정도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한번 녹슨 못은 되돌리기 어려운 것과 같이 한 번 사용한 흔들이 손난로는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다음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많이 파는 액체형 손난로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투명한 액체가 들어있는 비닐봉지 형태의 손난로 속에는 아세트산나트륨(또는 티오황산나트륨)의 과포화 용액과 동그란 금속 똑딱이가 들어있는데, 똑딱이를 누르면 용액이 충격을 받아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열이 발생한다.
과포화 용액이란 특정 온도에서 최대로 녹을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의 용질이 녹아 있는 용액으로 충격을 받으면 과포화 상태의 액체가 고체 상태로 변하면서 열이 발생하게 된다. 또한 용질이 녹는 정도(용해도)는 용액 온도에 따라 달라지므로 한 번 사용 후에는 물에 넣고 끓여주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물질의 상태나 화학변화 시 열의 출입이 동반되는데, 열은 물질 온도를 변화시키거나 상태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로 물질이 지닌 고유의 에너지가 변하거나 원래 물질(반응물)이 새로운 물질(생성물)로 재배열하는 화학변화 과정에서 에너지의 차이만큼 열이 출입한다.
물질의 변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반응을 발열반응, 반대로 열을 흡수하는 반응을 흡열반응이라고 하며 주위에서 이와 관련된 예를 여러 가지 찾아볼 수 있다.
발열 반응의 예로는 에스키모인들이 이글루에 찬물을 뿌려 내부를 훈훈하게 해 주거나 추울 때 나무나 석유를 태워 주위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 등이 있으며 열이 발생하는 이유는 물이 순간적으로 얼음으로 상태 변화하거나 나무나 석유의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나 수증기로 재배열되면서 에너지의 차이만큼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흡열반응의 예로는 무더운 여름날 아스팔트에 물을 뿌려주어 시원하게 만들어 주거나 샤워 후 몸에서 느껴지는 한기, 주사 맞을 때 알코올 솜으로 문지르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느낌, 아이스크림 포장 시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주는 것 등이 있다. 이는 액체상태의 물이 수증기로 변하거나 알코올의 증발, 드라이아이스의 승화 과정에서 주위(몸)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의 원리를 이용하여 인간 생활의 편리성과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은 물론 연인들 사이에 사랑이 더욱 익어가게 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을 아는 사람들이 누리는 행복이 아닐까?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하지만 위대한 자연의 현상도 과학 원리를 슬기롭게 적용하여 따뜻함과 시원함까지 자유롭게 조절해 내는 우리 앞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진다.
김경희(구성고등학교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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