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C의 미래③][르포]日 간사이공항 '거품 뺀' 전용 터미널 가보니…

기사등록 2013/12/02 14:10:39 최종수정 2016/12/28 08:27:22
불필요한 공간-서비스 없애…값싼 항공료 제공위해 '고군분투'

【오사카=뉴시스】박성환 기자 =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를 이용하는 알뜰한 승객 패턴에 맞춰 불필요한 공간과 서비스를 과감히 없애고,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만 채웠습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 옷깃이 여며지는 지난 28일 오후 일본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Kansai International Airport·KIX) 제 2터미널. 이곳은 일본 최초의 저비용항공사인 '피치항공'만을 위한 전용 터미널로 운영 중이다.

 제 2터미널로 가기 위해서는 제 1터미널 구름다리를 건너 쇼핑센터와 식당, 호텔 등을 갖춘 여객수용시설인 '에어로플라자' 앞에서 무료로 운영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한다.

 버스를 타고 5분여를 이동하니 9대 주기장에 10개의 게이트를 갖춘 LCC 전용 터미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초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최대한 낮춰 고객에게 값싼 운임으로 승부수를 띄운 저비용항공사의 전용터미널인 만큼 '싼게 비지떡'일 것이라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터미널 안으로 들어서자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LCC 전용터미널인 만큼 다른 공항보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고군분투의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제 2터미널은 화려함으로 치장한 여느 공항 터미널과 달리 단층규모로 군더더기 없는 기다란 컨테이너 박스를 연상케 했다. 터미널 안쪽에는 여느 공항 터미널처럼 편의점과 특산품 등을 살 수 있는 잡화점 등 이용객들의 편의시설들이 배치돼 있었다.

 터미널 바닥과 벽면을 모두 하얀색으로 마감해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깔끔했다. 또 건물 골격을 세우는데 사용된 H빔 등 철제구조물들은 별도의 마감 처리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천장 역시 철제구조물이 덮여있었다.

 항공기 승객 대부분들이 익숙한 듯 무인 발권기 앞에서 직접 비행기표를 구입했다. 한국어가 지원돼 티켓을 구입하는데 별 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혼자서 티켓 구입이 힘들 경우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터미널 곳곳에 피치항공사 직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터미널 안쪽에 마련된 비행기 탑승대기장으로 들어가는 것은 이만저만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이 여실히 드러난 엄격한 보안검색 탓이다.

 7~8명의 보안요원들은 익숙한 듯 검색대 앞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지나칠 정도로 세심하게 확인했다. 외투를 벗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것은 기본. 허리 벨트를 풀고, 구두도 벗어야 했다.

 일행에 대한 철저한 보안검색은 1시간 가까이 이뤄졌다. 검색대를 통과한 방송사 카메라 스위치까지 일일이 체크를 마친 뒤에야 탑승대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보안검색은 공항 직원들도 예외가 없을 만큼 철저하게 이뤄졌다.

 어렵사리 보안검색을 마치고 탑승대기장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에는 탑승객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편하게 쉴 수 있는 형형색색의 의자들이 곳곳에서 배치돼 있었다. 또 규모는 작지만 여느 공항 못지않은 면세점도 마련돼 있었다.

 탑승객들은 무엇보다 저비용항공사의 장점으로 저렴한 운임을 꼽았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티켓을 수집하는 일본인 다카하시히로아끼(43)씨는 "이미 피치항공을 10번 넘게 이용했다"며 "대형 항공사들에 비해 무엇보다 운임이 저렴하기 때문에 자리가 좁거나 조금 불편한 것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게이트 입구마다 승객들의 안전한 동선을 고려한 횡단보도가 넓게 그려져 있었다. 탑승교(항공기 탑승을 위해 사용되는 구조물)가 없다보니 승객들은 걸어서 항공기까지 이동한 뒤 계단(Step Car)을 이용해 항공기에 탑승했다.

 급성장하는 LC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불필요한 시설을 줄인 전용 터미널까지 갖춰놓은 일본. 일본의 저비용항공사들은 '싼 게 비지떡이 아닌 보석이 될 수 있다'것을 증명하며 오늘도 쉼 없이 뜨고 내리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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