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놀부와 흥부 친형제 아니다?

기사등록 2013/11/25 09:03:26 최종수정 2016/12/28 08:25:02
【증평=뉴시스】강신욱 기자 = '욕심 많고 심술 궂은 놀부와 심성 착한 흥부는 친형제가 아니다.'  아버지가 다른 이부형제(異父兄弟)다.  충북 증평군 도안면이 집성촌인 곡산(谷山) 연씨(延氏)를 중심으로 ‘연 놀부’의 지역문화 콘텐츠 개발 구상에서 나온 추론이다.  (사)증평향토문화연구회(회장 권성업)가 지난 22일 증평군청 대회의실에서 주관한 '연씨 집성촌을 활용한 지역 창조문화 발굴 및 개발'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에서는 곡산 연씨와 놀부를 연계한 관광 자원화 주장이 나왔다.  곡산 연씨와 놀부를 연계한 지역 창조문화 개발 사업을 처음으로 구상한 권영이 도안면장은 놀부 주제 전시관과 공원 조성 등 창조사업으로 관광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곡산 연씨와 놀부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 것인가.  연풍희 도안면 이장협의회장은 "연 생원은 곡산 연씨와는 상관이 없는 인물이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이 사는 도안의 곡산 연씨에 빗대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지역 문화자원으로 쓴다고 해서 잘못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밝혀 연씨와 놀부 연계 문화 콘텐츠 개발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놀부와 흥부 성(姓)은 연씨인가.  '춘향전', '심청전'과 함께 3대 판소리계 소설인 '흥부전'에 나오는 흥부와 놀부의 성은 무엇일까.  흥부·놀부 성은 일반적으로 '박씨'와 '연씨'로 설정하고 있다.  학계 등에서는 소설 '흥부전'이나 판소리 '흥보가'에 흥부와 놀부 성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다 점차 박씨와 연씨 성이 일반화했다고 한다.  그럼 왜 박씨와 연씨일까.  박씨는 흥부가 제비가 물어온 박씨 때문에 부자가 돼서 붙였고 연씨는 흥부가 제비 때문에 부자가 돼서 붙였다고 한다.  박씨는 조선 말기 판소리 연구가인 신재효(1812~1884)가 판소리 '흥보가'에서 흥부의 성을 박씨로 부여하면서 이후 판소리 창본은 대부분 박씨로 나온다.  그러다 소설가 이해조(1869~1927)가 '연(燕)의 각(脚)'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흥부의 성을 연(燕)씨라고 붙여 놀부·흥부의 성은 박씨와 연씨가 혼재했다.  전북 남원에서는 1980년대부터 인월면 성산리와 아영면 성리 두 마을이 서로 흥부의 고향 마을이라고 주장했고 1992~1993년 경희대 민속문화연구소 고증으로 인월면 성산리는 출생지, 아영면 성리는 흥부가 이사해 정착한 곳으로 흥부의 성을 박씨라 하고 있다.  1992년 1월 아영면 성리에서는 '흥부전'의 주인공인 임(林) 부자의 것으로 추정하는 비석을 발견하고 마을에서는 일제 말기까지 전승했다는 흥부제사를 지내고 있다.  남원시는 박씨 성을 가진 흥부를 소재로 지난달 21회 흥부제를 개최했다.  '박 흥부'를 선점한 남원과 달리 증평군 도안면은 흥부와 성이 다른 '연 놀부'를 문화 콘텐츠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병택 증평향토문화연구회 연구위원은 "흥부와 놀부의 아버지인 연(燕) 생원과 연관해 흥부 놀부 이야기를 모태로 스토리텔링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관광 자원화하자"며 "연 생원과 곡산 연씨는 한글이 같아 적응성이 좋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놀부 이름을 활용한 놀부전, 놀부 길찾기, 방송 퀴즈 등의 행사와 놀부농장 외에도 전국 1300곳의 음식점이 보쌈·부대찌개·족발·갈비·철판구이 등의 음식 앞에 놀부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음도 들었다.  도안면에서도 '연 놀부'를 지역문화 콘텐츠로 본격 개발하면 놀부와 흥부는 각각 연씨와 박씨로 성이 다른 형제가 된다.  ksw6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