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의 주제는 춘향이의 절개가 아니라/ 춘향이와 이도령이 결혼도 하기 전 미성년자 나이에/ 신나고 야하게 섹스 파티를 벌이는 거야/ 그러니까 춘향이야말로 ‘야한 여자’의 전형이지/ 내가 쓴 소설 ‘즐거운 사라’에 나오는 ‘사라’하고 똑같아/ 춘향이나 사라나 둘 다 용감하게 야한 여자야.”(서시 중)
마광수 교수(62·연세대 국문학)는 시인 윤동주, 가수 박진영과 함께 연세대학교 3대 명물로 손꼽힌다. 1989년 사회에 문화적 충격을 준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를 발표, 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91년 펴낸 장편소설 ‘즐거운 사라’는 그에게 ‘음란물 제조’ 혐의를 안기기도 했다. 자택에서 검찰 조사관들에게 연행당한 마 교수는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직위 해제됐다. 3년 후 대법원은 ‘이유 없다’며 마 교수의 상고를 기각했다. 마 교수는 ‘즐거운 사라’의 판금해제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올해 자체검열을 거친 ‘2013 즐거운 사라’를 펴냈다.
마 교수는 나이를 먹더라도 ‘나잇값’은 안 하겠다는 괴짜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대학교수다. 마음만은 언제나 ‘야한 상태’로 있겠다는 문화운동가이기도 하다.
“톨스토이는 요즘 와서 도스토옙스키의 명성에 가려 거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같은 ‘기독교적 잔소리꾼’이라고 할 수 있는 톨스토이는 도스토옙스키보다는 한결 반항적이다. 그래도 그는 농노 문제에 반기를 들었고 당시의 희랍정교 교리에 대해서도 반기를 들었다.”(도스토옙스키의 소설들 중)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는 ‘독자 마광수’가 도스토옙스키, 헤르만 헤세, 헤밍웨이 등의 작품뿐만 아니라 동양의 명작 소설 ‘삼국지’ ‘수호전’, 안데르센의 동화, 국내 작가인 박완서의 소설까지 장르, 시대를 달리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헤밍웨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몇몇 작가 중의 하나다. 그는 ‘야한’ 내용의 소설을 쓰진 않았지만 문체가 간결해서 좋고, 도덕적·이념적 코멘트가 없어서 좋다. 그는 그야말로 담담하고 솔직하게 소설을 이끌어 나가는 ‘이야기꾼’이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있거라’ 중)
작가는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명작 소설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해부한다. 각 명작의 장점을 소개하는가 하면 “소설에다가 특정한 종교 교리를 설교식으로 집어넣으면 보편적인 감동을 획득하기 어렵다. ‘쿠오 바디스’가 대표적인 보기이고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나 톨스토이의 ‘부활’ 같은 소설도 비슷한 경우”라고 짚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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