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지난대선 개표오류 다양한 가능성 제기

기사등록 2013/11/26 14:17:16 최종수정 2016/12/28 08:25:33
【서울=뉴시스】우은식 강세훈 기자 = 지난 대통령 선거 일부 투표구에서의 개표상황 오류 논란과 관련해 당시 상황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13일 개표상황표에 나타난 집계 숫자와 수검표를 통해 기재된 숫자가 수십표 이상 차이나는 4곳 투표구에 대해 전체 투표지에 대한 이미지파일 재검을 실시하고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선관위는 검증 결과 ▲서울 양천구 목3동4투표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기표한 86표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표로 잘못 산입됐고 ▲양천구 신정7동1투표구, 서초구 양재1동1투표구, 인천시 논현고잔동6투표구에서는 최종 결과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날 이미지파일 확인 결과와 선거법에 따라 작성하게 돼 있는 법정 문서인 '개표상황표'를 비교 분석해보면, 개표 당시 투표지분류기 재투입, 미분류투표지 유효투표지에 혼입, 후보자별 투표지 섞임, 폐기해야할 개표상황표 사용 등 어처구니없는 개표사무 혼선이 발생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선관위는 그동안 분류기 오류가 발생해도 수검표 작업을 통해 바로 잡았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 검증 이후로는 분류기는 정확하고 수검표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설명이 달라졌다.

 ◇후보자별 분류된 투표지 수검표 과정에서 뒤섞임

 우선 분류기에 의한 자동분류는 제대로 이뤄졌으나 수검표 과정에서 후보자별 투표지가 뒤바뀌는 오류가 확인된 사례다.

 서울 양천구 목3동4투표구의 경우 분류기에 의한 자동집계 결과인 '박근혜 후보 1083표, 문재인 후보 1530표'가 맞고 수검표로 적어넣은 '박근혜 1169표, 문재인 1445표'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분류 후 심사집계부로 넘어온 분류된 후보자별 투표지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86표가 박근혜 후보 지지표로 섞여 들어갔고, 이를 개표사무원과 검열위원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이미지파일 검증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최종 득표 결과에도 오류가 발생한 점을 인정했다.

 ◇수검표 마친 뒤 투표지분류기에 재투입

 분류기를 거쳐 심사집계부로 넘어온 투표지 다발을 수검표 한 뒤 이를 다시 투표지분류기로 넘겨 재차 분류기를 돌린 경우도 발견됐다.

 서울 양천구 신정7동1투표구와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동6투표구의 사례로 지난 13일 이미지파일 전수조사 과정에서 이 2곳에서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줄투표 현상이 나타났다.

 이날 이미지파일 검증 작업은 지난 대선 당시 실제 사용된 투표지를 이미지로 기록한 그림파일을 한 표 한 표씩 넘겨가며 당시 기계가 어떻게 인식했는지 오류는 없었는지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신정동과 논현고잔동 2곳 투표구 이미지파일 확인과정에서 1000장이 넘는 투표지가 지속적으로 기호 1번으로 나타나다가 이후에는 2번 기표용지만 계속 나타나는 줄투표 현상이 발견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뉴시스가 검증작업 중단을 요청하고 해명을 요구하자 "개표 당시 재분류 등의 이유로 수검표 이후 다시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해 재차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럴 경우 첫번째 분류된 이미지파일은 삭제되고 나중에 돌린 이미지파일만 남게 돼 기호별로 정리된 투표지가 연속돼 나타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기해야할 개표상황표에 수검표 결과 기입

 양천구 신정7동의 경우 이같은 분류기 재투입으로 인한 혼란이 개표상황표에 남아있다. 최종 분류기 작업이후 인쇄해서 사용해야할 개표상황표는 온 데 간 데 없고 폐기돼야 할 이전 개표상황표에 수검표 결과를 적어 이를 공표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개표당시 사용했던 분류기 운영프로그램에 남아있는 최종 개표상황표를 이날 공개했다.

 양천구 선관위원장 날인이 있는 지난 대선 당시 공표된 개표상황표에 인쇄된 분류 시작시간은 20시50분이고 분류 종료시각은 21시06분인 반면, 선관위가 이날 공개한 개표상황표는 21시13분에 분류시작해 21시24분에 분류종료된 것으로 적혀있고 심사집계부의 수검표 기입란과 검열위원 날인란이 비어있었다.

 당시 상황을 재연하면 신정7동 투표함을 열어 오후 8시50분에서 오후 9시6분까지 투표지분류기 작업을 마친 후 심사집계부로 넘겨 수검표에 들어갔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7분만에 투표지들이 다시 분류기로 돌아와 기계를 통과한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수검표 과정이더라도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다시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면 그것은 개표사무 지침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며 "최종 개표상황표를 인쇄해 그곳에 수검표 결과를 기입하지 않고 이전 개표상황표에 최종 결과를 기입하면서 오류가 난 것처럼 보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분류투표지가 분류된 투표지에 섞임

 미분류투표지가 수검표 과정에서 분류된 투표지에 섞여 들어간 경우도 발생했다.

 후보자별로 자동분류된 투표지와 달리 미분류투표지는 색깔이 다른 표지를 위에 얹어 고무밴드로 묶어 심사집계부로 넘긴 다음, 미분류 전담 개표사무원이 이를 육안으로 후보자별로 구분하게 된다.

 그런데 양재1동의 경우 수검표 과정에서 미분류투표지 86장이 분류된 투표지에 삽입된 것이다.

 이미지파일 확인결과 미분류표 205표 가운데 절반 가까운 86표가 분류된 표로 혼입됐으며, 이는 박근혜 후보 40표와 문재인 후보 46표로 합산됐다.

 그러면서 개표상황표상 분류기 후보자별 득표수와 수검표 득표수의 불일치가 발생한 것이다.

 미분류투표지는 분류기가 후보자 기표란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이중기표, 낙서, 경계선 기표 등을 별도로 분류해놓은 것으로, 대개 이미지 고속 스캔 과정에서 투표지 기울어짐 등으로 발생한 빈공간을 낙서로 인식하면서 생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개표사무원들 "아무 문제 없었다"

 해당 투표구 개표사무원들은 "개표 당시 아무 문제없었다"며 이같은 오류 상황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서울 양천구 목3동, 신정7동 개표를 담당했던 심사·집계부 개표사무원 정 모 양천구청 행정주사는 "오래된 일이라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당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저는 맡은 임무에 따라 세기만 하고 개표상황표는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심사·집계부 책임사무원이었던 박 모 양천구청 행정주사보는 "당시 정확히 계수해서 쓴 숫자"라며 "아무 이상 없이 잘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제가 책임사무원이지만 저 혼자 다 세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7명이란 사람(개표사무원)이 있지 않느냐. 그 사람들이 세서 100매씩 묶어놓은 것을 믿고 제가 기재한 것일 뿐이다. 저한테만 그러는게(책임을 묻는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함께 개표를 했던 사무원들에게도 물어봤는데 그분 들도 다 잘 끝났는데 왜 이런일이 있는지 당황해 하고 있다"며 "특별히 말씀 드릴게 없다"고 덧붙였다.  

 ◇투표지분류기 오적재 가능성 등 진실규명 필요  

 중앙선관위가 이미지파일 공개를 통해 수검표 오류를 인정했지만, 당시 개표사무원들은 "이상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분명한 진실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와 같은 어이없는 개표사무 실수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보면 결국 투표지분류기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 또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투표지 스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해 이미지파일이 중복 저장됐거나, 이미지파일 저장과 판독은 제대로 됐으나 적재함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오적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투표지분류기 오류 논란을 없애고 개표사무원들의 수검표 오분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실물 투표지 확인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공정선거추진운동본부가 개표 오류를 이유로 지난 대선 당시 서울 양천구 선관위원, 개표사무원 15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한 상태여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다양한 의혹들이 명쾌하게 밝혀질지 주목된다.

 ◇개표 과정 '분류기→수검표→검열'

 개표 과정을 살펴보면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에 의해 자동분류가 완료되면 ▲분류된 투표지 ▲미분류된 투표지로 나뉘게 된다. 분류기 통과를 마치면 결국 후보자별 투표지와 미분류된 투표지가 각각 별도의 적재함에 분리돼 쌓이게 되고, 자동 카운터된 개표상황표를 인쇄할 수 있게 된다.

 이후 분류된 후보자별 투표지와 미분류 투표지를 각각 고무밴드로 묶어 개표상황표와 함께 투표지 다발을 심사집계부로 넘겨 수검표를 진행하게 된다. 심사집계부에서는 6∼8명의 개표사무원들이 분류된 투표지를 육안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검표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개표상황표에 수기로 기입하게 된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대선 전국 1만3542개 투표구 개표상황표를 전수조사한 결과 양천구 목3동 등 93개 투표구에서 계수 불일치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esw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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