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여왕'(감독 김제영)은 이 한 마디로 압축된다. 113분 동안 빠져든 스크린에서 정신을 차려보면, 결국 남는 것은 '김민정 예쁘다'라는 감탄사뿐이다.
영화는 천정명(32)의 시각으로 풀린다. 할인쿠폰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소개팅도 점심시간에만 하는 '영수'(천정명)는 샌드위치 카페에서 처음 본 아르바이트생 '희주'(김민정)에게 첫눈에 반한다. 매일 샌드위치 가게를 서성이며 눈도장을 찍던 영수는 끝내 희주와 결혼에 골인한다.
그리고 3년, 두 사람은 여전히 신혼이었다. 대학교동문회 장기자랑 사은품으로 '김치냉장고'가 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희주는 시어머니의 집에 김치냉장고를 선물하기 위해 무대에 나가 화려한 댄스를 선보인다.
'아내의 흑역사 파헤치기'라는 신선한 주제는 영화에서 살아나지 못하고 '빤한' 로맨틱 코미디로 전락했다. 둘 사이에 아이가 없는 이유는 아내의 몸 안에 항정자 항체가 있어서이다. 그 숫자는 성관계를 한 남자의 수와 일치한다는 친구의 말을 그대로 믿는 영수의 모습은 순진하다 못해 바보같다.
엉성한 스토리라인 탓에 천정명의 '찌질함'은 더욱 부각된다. 천정명의 아기 같은 표정이나 눈빛이 주는 선함으로는 영화 속 영수의 찌질함이 극복되지 않는다. 아내의 과거에 연연하며 술독에 빠져 사는 모습이나 현모양처가 아니라는 사실에 깊은 상실감에 빠지며 지난 사랑을 부정하는 모습 또한 설득력이 없다.
김민정이 이 영화를 선택한 것에는 '실'보다 '득'이 많다. 3개 국어를 하는 지적인 현모양처, 호텔 주방장급 요리실력은 물론 섹시댄스, 입에 착착 붙는 욕설까지 다채롭다. 한 영화에서 요염, 섹시, 청순, 액션 등을 다 보여줬으니 밑질 것 없는 장사를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텐 미닛' 춤을 선보일 때는 이효리의 섹시함과 카리스마와 비교되며 다소 엉성하게 느껴진다.
이미도, 이주원 등 조연배우들은 제 몫을 다했다. 김정태, 김성은, 한정수, 박진영 등 카메오 출연까지 더해져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 남는 게 없다. 이런 게 로맨틱 코미디의 매력이라면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나쁘지 않다. 러닝타임 113분. 15세 관람가.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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