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책꽂이-'아크라 문서' 외 4권
기사등록 2013/09/09 16:07:37
최종수정 2016/12/28 08:02:05
【서울=뉴시스】오제일 김정환 이재훈 박영주 유상우 기자
▲아크라 문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문학동네 펴냄
“SNS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소통하면서,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거대한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기 존재가 쓸모없다고 여기며 꿈을 포기한 채 살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두려움, 불안 등에 관한 모든 이야기는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1986년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에 감화 돼 펴낸 첫 작품 ‘순례자’를 시작으로 ‘연금술사’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1분’ 등이 168개국 78개 언어로 번역된, 1억4000만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66)가 ‘아크라 문서’로 돌아왔다.
“패배자는 패배한 사람이 아니라 실패를 선택한 사람이다. 패배는 특정한 전투나 전쟁에서 지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는 아예 싸우러 나가지도 않는 것을 의미한다. … 싸움에 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불행하다! 인생에서 승자가 될 일도 없으니.”(37~40쪽)
2010년 발표한 ‘알레프’가 코엘료 자신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르게 했던 정체성의 위기에 관해 다루고 있다면, 신작 ‘아크라 문서’는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결론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코엘료는 11세기 말 광장에 모인 예루살렘 군중이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현자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구성한다. 전쟁으로 소멸되기 직전의 절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도 일상적인 질문들에 대해 현자가 들려주는 답변은 곧 코엘료가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을 통해 얻은 깊은 성찰의 결과다.
“불안이 삶의 일부이기는 하나, 불안에 잠식되지는 말아야 한다. 불안이 지나치게 가까이 오면 이렇게 말하라. ‘신께서 나를 기다리고 계시므로 나는 내일이 두렵지 않아.’”(155쪽)
‘아크라 문서’의 무대는 11세기 말이지만 작품 속 예루살렘 군중이 토로하는 일상의 불만과 내밀한 고민은 현대를 살아가는 이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패배, 고독, 불안, 자신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기는 것, 되돌릴 수 없는 과거, 불투명한 성공 등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두려움은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37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코엘료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점령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고, 독일에서 2주 만에 10만부가 판매되는 등 주목받았다. 잠언같은 책 속의 문장들은 SNS를 타고 다시 세계로 퍼져나가기도 했다.
작품에 담긴 생각을 얻기까지 62년, 구상하는 데 5개월, 글로 옮기는 데 3주가 걸렸다는 것이 작가의 고백이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75가지
이누마니아 라보 지음
루비박스 펴냄
어느덧 개와 고양이가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로 격상돼 버렸다. 갖고 노는 동물이 아니라 가족처럼 동등한 지위를 누리는 존재라는 얘기다. 고양이야 원래 애완동물 시절부터 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동물이었으니 그렇다고 해도, 개는 어떻게 해야 반려동물 대접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가이드북이 나왔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75가지’다.
해외 반려견 클럽 회장이자 반려견 칼럼니스트인 이누마니아 라보의 ‘강아지의 마음을 알 수 있는 71가지’, ‘강아지와 이야기할 수 있는 73가지’에 이은 세 번째 책이다.
‘강아지의 일상이 즐거워지는 놀이&장난감’, ‘피곤한 강아지를 위한 마사지&미용’, ‘강아지의 화려한 변신! 패션&사진 테크닉’, ‘건강하고 행복한 강아지를 위한 수제요리&다이어트’ 등을 4개장에 걸쳐 소개한다.
얇은 데다 핸디북답게 사이즈도 작으며 일러스트부터 글자까지 단색으로 인쇄된 것을 보고 내용도 뻔할 것이라고 지레짐작, 대충 들춰봤다. 그런데 수록된 내용은 안 그랬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다. ‘강아지의 일상이 즐거워지는 놀이&장난감’도 실외놀이, 실내놀이, 장난감으로 나눠 알려주는데 실외놀이 중 원반던지기를 예를 들면, 반려견이 원반에 익숙해지게 하는 법부터 실제 원반던지기까지를 몇 개 놀이로 나눠 체계적으로 가르쳐준다. 뿐만 아니다. 각 놀이에는 준비물, 난이도, 기쁨도를 ★로 표시해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할 정도다.
반려견의 목, 꼬리, 허벅지, 어깨 등을 마사지해주는 법이 있다고 일부에서는 “자기 부모 안마도 안 해주면서”라고 비아냥거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일일이 신경 쓰거나 대꾸할 필요는 없다. “그래, 너는 짖어라”하면 된다. 어차피 그 사람도 자기 부모 마사지해주는 사람은 아닐테니까.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
모니카 마시아스 지음
예담 펴냄
아프리카의 적도 기니 초대 대통령의 딸로 평양에서 16년간 망명생활을 한 모니카 마시아스(41)의 자전 에세이집 ‘나는 평양의 모니카입니다’가 출간됐다.
마시아스의 삶은 특별했다. 적도기니에서 태어났지만, 평양에서 성장했다. 스페인과 뉴욕을 거쳐 서울, 그리고 모국에 이르기까지 지난한 인생 여정을 겪었다.
아버지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는 적도기니가 아프리카 최초로 스페인 식민통치를 벗어난 1968년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적도기니는 그러나 여전히 스페인의 영향권 아래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프란시스코 대통령은 독립을 위해 투쟁했으나 스페인 정부와 우호적이었던 사촌이자 국방장관 테오도르 오비앙 응게마의 쿠데타로 실각하고 만다. 김일성과 친분이 돈독했던 마시아스는 가족들을 북한으로 긴급 피신시켰다.
당시 모니카 마시아스의 나이 일곱 살. 언니 마리벨과 오빠 파코의 손을 잡고 동양의 낯선 도시에 발을 내딛은 그녀는 불안과 호기심으로 어리둥절할 뿐인 꼬마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쿠데타 세력에게 처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잠깐의 시간이라 생각했던 평양생활은 16년간 계속됐다.
마시아스에게 인생이란 용서하기 힘든 것들을 용서해가는 과정이었다. 북한에서 살며 조선말만 쓰다 보니 오랜만에 어머니와 소통이 되지 않아 가슴에 상처를 입었던 일, 아버지를 죽인 삼촌을 타지인 미국에서 용서해야 했던 일들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화해하는 과정이었다.
그녀의 이런 삶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스페인에서, 미국에서 수많은 출판업자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책을 내자고 제안했다. 영화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세운 트라이베카 영화사에서도 접촉을 시도했다. 한국 체류시절에는 방송가에서 출연섭외가 쇄도했다. 마시아스는 책을 내더라도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대한민국에서 내고 싶었다. 조선말을 쓰는 이상한 흑인 여자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성장하고 생활한, 모국어가 한국어이며, 한반도를 사랑하는 친구 모니카 마시아스로서 말이다.
정치적 분쟁이 낳은 운명의 소용돌이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낸 여성의 도전과 분투기가 그대로 담겼다.
▲안나와디의 아이들
캐서린 부 지음
강수정 옮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이자 그만큼 불평등도 심각한 도시 뭄바이. 화려한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공항과 특급 호텔들의 그림자 뒤에는 성장과 발전에서 비껴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동네 꼬마들도 ‘장미 꽃밭 사이의 똥 같은 존재’라고 자조하는 빈민촌 중의 한 마을 ’안나와디‘로 퓰리처상 수상 작가 캐서린 부가 뛰어들었다. 여러 슬럼을 관찰한 끝에 안나와디를 집중 취재하기로 결심하고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약 4년 간 안나와디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여러 인물들을 수십 차례 인터뷰하고 3000건이 넘는 공공기록을 조사하면서 도시 슬럼가의 비통한 현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의 기자로 20년 간 활동한 저자는 안나와디 사람들의 삶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직조해냈다
매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비참한 삶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과 인간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서술했다.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어느 도시이든 또 다른 뭄바이가 될 수 있다. 나는 뭄바이라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도시에 내재한 빈곤과 불평등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가장 통렬하게 고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혼 대비 비밀 노트
박채란 지음
주니어RHK 펴냄
“아빠, 엄마는 오늘도 대판 싸웠다. 며칠 화해 분위기였는데, 얼마 못 간 것이다. 결국, 이혼이 어쩌고저쩌고하는 말까지 방문 너머로 들려왔다. 정말 ‘으악’이다. 둘이 이혼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누구랑 살지? 열 살 생일 선물로 받은 피아노는 가져갈 수 있을까? ‘우주 백과사전’은 우선 내가 읽고 동생들이 좀 크면 줘야 하나? 아, 이혼은 정말 피곤한 일이구나!”
작년에 다니던 식품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큰아빠의 전자제품 가게에서 일하는 아빠는 이벤트 회사에 다니며 바쁘게 일하는 엄마가 집안일을 돌보지 않자 화가 난다. 급기야 둘 사이에 심한 다툼이 일고 재인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할 것 같아 불안해한다. 재인이는 곧 마음을 정리하고 같은 반 친구인 연보라의 조언으로 부모가 이혼할 때 말할 자신의 요구사항을 하나하나 적어 본다.
며칠 후 재인이의 엄마, 아빠는 이혼하기로 했음을 알리지만 재인이는 목이 메어 준비한 말을 하나도 하지 못한다.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은 부산 이모네에 가게 되고 재인이네 부모는 이혼 서류를 정리하려고 만났다가 지금까지 재인이가 쓴 노트를 보게 된다. 그리고 둘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재인이에게 그동안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쓴다.
우리나라 이혼율은 세계 3위다.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이혼이 늘고 있는데 워킹맘의 육아, 가사 부담이 가정불화로 이어지고 여기에서 비롯된 이혼도 급증하고 있다. 이벤트 회사에 다니는 재인이의 엄마도 늘 바쁜 회사 일 탓에 집안일은 물론 아이들도 잘 돌보지 못한다. 재인이의 엄마에게도 여느 워킹맘에게 붙은 것처럼 ‘일은 잘하지만, 가정엔 소홀한 엄마’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이혼 대비 비밀 노트’는 초등학교 4학년 재인이가 심각한 엄마, 아빠의 다툼에 급격한 심리 변화를 느껴 일기를 쓰면서 시작된다. 비밀 노트에는 답답하고, 괴롭고, 속상한 재인이의 마음과 부모의 이혼에 대비한 당찬 계획들이 옥수수 알처럼 빼곡히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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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44호(9월10일~23일 추석합본)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