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 영화 ‘디스트릭트9’으로 독특한 SF세계를 창조하며 주목받은 닐 블롬캠프(34) 감독이 연출한 ‘엘리시움’은 서기 2154년이 배경이다. 인구과잉으로 오염돼 황폐해진 지구에는 빈민층, 인공으로 조성한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는 부유층이 거주하는 빈부격차가 극대화된 사회를 그렸다. 맷 데이먼은 엘리시움으로 가고 싶어하는 범죄자 출신 공장노동자 맥스, 샬토 코플리는 엘리시움 정치가에게 고용돼 지구 거주인들의 도발을 막는 용병 크루거를 연기했다.
블롬캠프 감독과 코플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다. 25년 전부터 친구로 지내며 함께 영화를 만들어왔다. 제작자로도 활동중인 코플리는 ‘디스트릭트9’에서 주인공 비커스 역을 맡으며 유명해졌다. 블롬캠프 감독은 18세에 캐나다로 이민하긴 했지만 인종차별이 여전한 남아공에서의 체험을 영화에 담아오고 있다.
데이먼과 코플리는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시작해 “감사합니다”라고 역시 한국어로 회견을 마치는 예의바른 태도를 보였다. 대단히 친한 모습을 보여준 이들은 회견 도중 휴대폰 카메라로 서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데이먼은 “미국에서는 한국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영화시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들 와보고 싶어한다. 한 번도 와보지 않았기에 이런 기회가 찾아와 좋았다”면서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왔으면 한다”고 이번에도 가족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를 수 없고, 우리 아이들 네 명도 모두 알고 있다. 실제 싸이를 만나진 못했지만 LA와 뉴욕에 싸이 모창가수들이 많다. 이들이 사진 찍어주고 사인해주는 일이 생길 정도니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블롬캠프 감독과 일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몇년 전 ‘디스트릭트9’을 봤는데, 샬토가 형편없는 연기를 했음에도(웃음) 감독이 연출을 잘했다고 생각해서 같이 일해보고 싶었다”며 “블롬캠프 감독이 ‘엘리시움’을 그래픽 이미지로 만들어 보여줬다. 재현해내는데 도움이 필요했을 뿐, 이미 머릿속에 독창적인 세계를 고안해 그림이 완료돼있었기 때문에 출연 수락을 하는 것이 쉬웠다”고 전했다. “겨우 두 번째 장편을 만드는 젊은 감독이 대규모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압력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굉장히 침착한 것이 인상적”이라고 칭찬했다.
최근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비하인드 더 캔덜라브러’에서 완벽한 동성애자 연기를 펼쳐보여 화제가 됐다. “제이슨 본이 게이인 것처럼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며 “소더버그 감독과 일곱번째 같이 작품을 하는 것인데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다른 이들은 예산 등을 복잡하게 따지는데 나는 감독이 누구인지가 가장 중요하고, 감독만을 믿고 따른다”고 강조했다. 같이 일해보고 싶은 한국 감독으로는 박찬욱 감독을 꼽으며 “바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먼은 하버드 대학을 그만두고 어렸을 때부터 친구사이인 영화배우 벤 애플릭(41)과 함께 ‘굿 윌 헌팅’(1997)의 각본을 쓰고, 주연으로 데뷔한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릭이 연출한 ‘아르고’는 올해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편집상을 탔다. 데이먼은 “15년동안 전 세계 최고 감독들과 일을 해왔으니 훌륭한 영화학교에 다닌 셈이다.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지난해 각본을 쓴 영화(구스 반 산트 감독 ‘프라미스드 랜드’)의 연출을 맡기로 했었는데 사정상 제작, 각본, 주연만 맡았다”면서 “연출에 도전하고 싶지만 딸 넷이 아직 너무 어려 스케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또 가족사랑을 드러냈다.
코플리도 이 장면을 찍을 때 맷 데이먼의 태도를 칭찬했다. “맷이 쓰레기 더미 속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할리우드 스타질’을 하며 ‘쓰레기를 가짜로 만들어 달라’ 이렇지 않을까 했다”며 “첫 테이크에서 헬기를 타고 내려가는데 아래에 있는 것이 맷의 스턴트맨인줄 알았더니, 맷이었다. 그래서 헬기 운전자에게 맷에게 흙먼지를 더 뒤집어 씌우라고 했다.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보통사람들과 다름이 없구나하고 감탄했다. 맷과 일한 것을 정말 영광이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데이먼은 정치적인 활동보다는 사회운동에 더 관심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다른 미국국민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가졌다. 인터넷 세상이고 신문이 디지털화 하며 일부 연예인들이 하는 얘기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할리우드 배우들이 그리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자신은 환경운동에 치중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로 깨끗한 물과 위생시설을 개발도상국에 지급하는 ‘water.org’를 공동창설했고, 제3국가를 주로 방문하고 있다”며 관심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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