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에 방망이가 제대로 맞으면 부러지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12호포를 쏘아올린 방망이는 손잡이 끝 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부러진 방망이로 홈런을 날린 것은 그만큼 '타격감이 올라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09년 홈런왕에 차지했던 김상현(33·SK 와이번스)은 그해 부러진 배트로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3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난 이범호는 "워낙 손목 부분을 얇게 깎아놓은 방망이였는데 몇 번 사용하면서 조금 약해진데다 어제 제대로 맞으면서 부러진 것 같다"고 손사레를 치면서도 "타구가 워낙 잘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홈런을 친 방망이가 부러진 것은 나도 처음"이라며 "확실히 타격감이 좋은 것 같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이범호는 이날 경기를 포함 프로야구에서 191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한 것이다.
중심타자 이범호의 타격감 부활은 KIA에게도 커다란 호재다.
지난해 햄스트링 부상으로 고생한 이범호는 42경기에 출전해 고작 2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중심타자인 이범호가 힘을 쓰지 못하자 KIA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범호 역시 연봉이 6000만원이나 삭감되는 등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올 시즌 59경기에 출전한 이범호는 12홈런 38타점 타율 0.272의 맹타를 휘두르며 KIA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6월16일 광주 SK전부터 2일 문학 SK전까지 9경기에서 6홈런을 몰아쳤다.
홈런은 팀 내에서 나지완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타점은 나지완, 최희섭에 이어 3위다. 부상으로 맥을 추지 못했던 지난해와 달리 중심타자의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이범호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풀스윙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또한 하체 힘을 전달하는 부분도 (햄스트링 부상 완치로) 크게 나아진 부분"이라고 꼽았다.
하지만 여전히 주루플레이 등은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이범호는 "완벽하게 낫긴 했지만 혹시 다시 재발할까봐 주루플레이나 달리기 등은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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