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호빗족’ 일라이저 우드(32) 주연 영화 ‘매니악: 슬픈 살인의 기록’은 1980년 작 ‘매니악’의 리메이크다. 당시 유행한 B급 스타일의 컬트 미국 호러무비로 ‘택시 드라이버’, ‘대부2’, ‘록키’ 1·2 등에 출연한 얽은 얼굴의 조연 조 스피넬(1936~1989)이 각본을 쓰고 주연했다.
프랑스 출신 배우 겸 감독 프랑스 칼포운(45)의 2012년 작 ‘매니악’은 엉뚱하게 1인칭 시점을 도입했다. 연쇄살인범 프랭크 역의 일라이저 우드의 목에 카메라를 매달고 그의 시각에 보이는 인물들과 사건을 담았다. 우드의 모습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다. 관객은 주로 그의 손을 볼 수 있다. 전경 샷이 나올 때나 거울 또는 창에 비쳐 보이는 얼굴이 가끔 드러날 따름이다. 그런데 단편적 장면만으로는 프랭크의 입장이나 심리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고, 시야각이 제한되며 화면이 답답하다는 느낌만 든다. 깊이감을 얻지 못하면서 8㎜ 카메라로 찍은 대학생 실험영화 같은 수준에 그친다.
강력한 사이코패스가 대세인 시대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한 정신적 외상으로 두통과 불안에 시달리며 일관성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은 너무 구식이다. 1인칭 시점으로 보는 칼질은 역겹기만 하고 슬래시 무비가 갖춰야할 과감하고 잔혹한 쾌감 같은 것도 없다. 프랭크의 변기 토사물까지 1인칭 시점으로 봐야하는지 의문이다. 더럽기만 하다. 충격적 장면이 있기는 하나 스릴러 영화로서의 긴장감을도 자아내지 못하고, 공포 영화로서의 서늘함도 별로 없이 밍밍하다. 한국 개봉 부제로 ‘슬픈 살인의 기록’이라고 덧붙였는데, 전혀 슬프지 않다. 그렇다고 서정적인 것도 아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난쟁이족 프로도 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우드의 연기 변신은 칭찬할 만하다. 판타지 영화의 주인공으로 동화처럼 순수해 보이던 커다란 푸른 눈동자가 공포와 불안으로 빛나고 흔들리면서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그럴듯하게 표현해냈다. 커다란 머리에 왜소한 몸, 작은 손은 유아적이면서 기괴해 보이도록 카메라에 담겨 불쾌감을 일으킨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외면적 조건이 살인마로서의 의외성을 갖췄는데, 이러한 반전 효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안타깝다. 고정된 이미지에 갇히기 싫은 우드의 연기 욕심은 이해할 수 있으나 감독의 역량을 고려해 출연해야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7월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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