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중은 학생들이 받을 충격을 우려해 이날부터 이틀 간 휴교에 들어갔다.
같은 교문을 사용하는 영훈초등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두 등교를 마친 정문 앞 좁은 골목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한두 방울씩 흩뿌려지는 비가 무거운 분위기를 더했다.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 학교 관계자와 그들의 차량, 택배 차량이 간간히 교문을 드나들며 적막감을 깼다.
또 이따금씩 닫힌 교문 너머에서 들리는 호루라기 소리와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가 다른 학교와 다를 바 없는 '학교'라는 사실을 알렸다.
인근 주민들은 교문 너머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은 채 골목길을 바쁘게 오갔다. 인근 상인 들은 삼삼오오 모여 '죽은 사람이 불쌍하다'며 혀를 찼다.
오전 9시30분께 교복을 입은 여학생 10여명이 조화를 한 송이씩 들고 학교를 찾았다. 학교 관계자는 '빈소에 직접 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이들의 출입도 막아섰다.
학생들은 교문 앞에 차례로 조화를 내려놓고 함께 묵념을 했다. 이 중 몇몇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몇몇은 '괜찮다'며 이들을 다독이며 발길을 돌렸다.
한 남학생은 휴교사실을 몰랐는지 뒤늦게 등교 했다. 학교 관계자가 '휴교를 했다'고 말을 전하자 이 학생은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며 총총걸음으로 골목을 빠져나갔다.
학교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은 영훈중 교감의 자살 소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학교 인근 상인 A씨는 "어젯밤 갑자기 경찰차가 학교로 들어가 무슨 일인가 싶었다"며 "뉴스를 보고서야 소식을 알았는데 젊은 사람이 그렇게 황망하게 떠났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인근 주민 B씨는 "다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교감 선생님이 수사 과정에서 명명백백하게 모든 잘못을 밝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게 될 줄 몰랐다"며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각 A씨의 빈소가 차려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장례식장 303호도 적막감만이 맴돌았다.
빈소에는 유가족 1~2명이 나와 조문객을 맞고 있었다. 조문객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금지됐다. 20여 개의 조화만이 A씨의 마지막 길을 지키고 있었다.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던 병원 관계자는 "유가족이 취재를 원치 않아 출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빈소 옆에 마련된 접객실에는 몇몇 조문객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나온 C씨는 "할 말이 없다"며 "유가족이 현재 굉장히 놀란 상태"라고만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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