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포츠의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다. 프로 스포츠에서 FA 영입은 구단이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꼽힌다. 물론 시쳇말로 ‘먹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어느 쪽이든 팬들 입장에서는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구조다.
올해 프로배구의 FA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선수 영입부터 마무리 단계인 보호 선수 묶기까지 각 팀들의 머리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대맨으로 변신한 삼성 여오현
올 봄에는 남자 17명, 여자 18명이 FA 시장에 나왔다. 제도가 도입된 2007년 이후 최다 인원이다.
김학민(30·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인물이 없던 지난해와는 달리 박철우(28·삼성화재), 김요한(28·LIG손해보험), 한선수(28·대한항공)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대거 자격을 회복하면서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가장 뜨거운 뉴스는 여오현의 이적이었다. 원소속팀 삼성화재와의 1차 협상에 실패한 여오현은 타 구단과의 자유교섭 마지막 날인 지난달 20일 현대캐피탈과 연봉 2억9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평생 몸담을 줄 알았던 삼성화재에서 그들의 최대 라이벌 구단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것이다.
▲ ‘대어’에 돈까지 챙긴 삼성화재
여오현의 이탈로 삼성화재는 주전 리베로 자리에 구멍이 뚫렸다. 그렇다고 삼성화재가 이번 에어컨 리그의 피해자는 아니다. 오히려 가장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화재는 드림식스의 주전 리베로 이강주(30)를 붙잡는데 성공했다. 여오현의 이적이 확정되기 전 이미 영입 작업을 완료한 상태였다. 2005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이강주는 2008년 당시 신생팀 우리캐피탈의 선수 지원을 위한 확대 드래프트 때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8년 만에 연봉 2억8000만원의 특급 대우를 받고 금의환향했다. 이강주는 여오현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경험에서는 여오현이 월등히 앞서지만 미래를 감안하면 이강주의 가치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여오현에게 리베로를 맡기고 이강주를 레프트로 활용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아쉽지만 이강주가 여오현의 공백을 메워준다면 전력의 큰 손실은 없을 듯하다.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센터 포지션을 보강했다. 삼성화재는 여오현의 보상 선수로 대표팀 주장 이선규(32)를 지명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FA 보상규정에 따르면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직전 연도 연봉 300%와 보상선수 1명 또는 직전 연도 연봉 400%를 원 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16년 선수 생활 끝낸 후인정
현역 선수 중 최연장자인 현대캐피탈의 후인정(39)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한 채 코트를 떠났다. 후인정은 구단과 합의하에 은퇴를 결정했다. 경기대학교를 졸업하고 1996년 현대캐피탈의 전신인 현대자동차써비스에 입단한 후인정은 16년간 현역 생활을 이어간 배구계의 산 증인이다. 실업 시절 김세진(39) 현 러시앤캐시 감독이 버틴 삼성화재에 밀려 2인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2005~2006시즌과 2006~2007시즌 V-리그 제패로 한을 풀었다. 후인정은 지도자로 제2의 배구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hjkwon@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2호(6월18일~24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