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54) 감독을 비롯해 최동훈(42), 한지승(46), 변영주(47), 봉준호(44), 박찬욱(50) 감독 등이 소속된 한국영화감독조합은 17일 "영상물등급위원회는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박선이 영등위원장은 계속되는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면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영등위를 민간자율화하는 문제를 포함, 합리적인 등급분류를 위한 논의의 틀을 즉시 만들라"고 요구했다.
영등위는 '뫼비우스'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이 있으며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 표현이 있다고 판단, 제한상영가로 판정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영화에 부여된다. 한국에는 제한상영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개봉이 불가능하다.
영화감독조합은 "'뫼비우스'에 대한 제한상영가 결정은 국내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제한상영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리는 이러한 결정은 해당 영화에 대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한국 관객들이 '뫼비우스'를 보기 위해 해외로 나가란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은 영등위가 세우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민들이, 관객들이 세워나갈 것이다. 영등위는 한국의 관객들이 '뫼비우스'를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해선 안 된다. 그것은 당연한 표현의 자유이기도 하거니와 헌법적 권리이기도 하다."
김곡·김선 감독의 '자가당착'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으나 행정소송에서 승소, 제한상영가 결정을 취소한 바 있다. "영등위는 영화 '자가당착'이 그로 인해 입어야 했던 심적, 물적 피해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배상도 책임도 진 적이 없다."
영화감독조합은 "많은 영화들이 영등위의 일방적이고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관객을 제한 당했을 때도 우리는 성숙하고도 객관적인 잣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의 진통일 것이라 믿으며 인내해왔다"면서 "이제 더 이상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근대적이고 저열한 태도와 수준에 한국영화를 맡겨둘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리의 요구에 영등위가 불응한다면 우리는 영등위의 존재 이유 자체를 심각하게 물을 것이며 영화인 전체와 함께 이 문제를 공유하고 연대해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행동할 것이다."
한편, 조재현(48)이 주연한 '뫼비우스'는 아버지의 외도로 파괴된 가정에서 성장한 남자가 속세를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아들과 엄마의 근친상간, 성기를 자르는 장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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