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립 잡기노트]우리말, 이렇게 깊은 뜻이…레알?

기사등록 2013/06/15 08:03:00 최종수정 2016/12/28 07:36:50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61>

 남자고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권희린 선생님의 ‘B끕 언어’ 제안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수용된다. 반드시 버려야 할 비속어도 있지만 때로는 삶을 말랑말랑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비속어도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지닌다.

 ‘실용표현’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야말로 정말 뻘쭘했다. 이 순간의 나의 심정을 ‘뻘쭘했다’는 그 단어 외에 표현할 단어가 있을까?
표준어는 아니지만 이것을 대체할 다른 말들로는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사람마다의 말버릇이긴 하지만 어떤 상황이나 느낌을 전달하기에 적합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이런 말들은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허세와 자기방어가 함께 이뤄진다(구라),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빡치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필요한 순간이 온다(뺑끼치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땡땡이), 다 이유가 있다(쌩까다), 이유가 있다?(뒷다마).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쪼개다), 명예를 되찾았아야 한다(엿 먹어라), 차마 계속 볼 수가 없다(주접), 가끔 조금은 슬프다(꺼져), 사회의 불합리한 것들을 고치고자 하는 첫 번째 단계(꼰지르다), 어린 날의 치기(꼬라보다), 성공의 어머니다(삑사리), 나는 한번이라도 뜨거웠을까(빠순이), 약자들에게 들러붙어서 약자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시다바리), 좋을 때다(쥐뿔도 모르는 게), 주눅 들 필요 없다(땜빵)
보통사람들보다 창의적이고 개성이 강할 뿐이다(또라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위다(지랄),
다른 것으로 포장하기 힘들다(씨발), 사람의 감정과 상황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뭔가가 있다(존나), 결핍이 가져올 또 다른 기회(젠장)…. 

 비실용적이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비읍’이란 명칭은 줄어든 말이다. 정확하게는 ‘비·읍’이라고 표기해야 옳다. 본딧말은 ‘빛이 움트다’였다. 그러다 ‘비시 움트다’로 바뀌었고, ‘비’와 ‘움’을 따로 떼어내 ‘비·움’으로 쓰다가 ‘비읍’으로 정착됐다. 빛이란 혼(魂)이니 ㅂ은 혼이 움튼 상태를 나타낸 것이다. ‘빛이 움트다’의 준말 ‘빛·움’이 바로 ㅂ이다.
 ‘이응’은 ‘이읍’이 옳다. ‘이응’은 ‘빛을 이어 움트다’가 줄어든 말이다. 알맹이는 빠지고 군더더기만 남았다. ‘빛이 빛알로 움트다’는 말이니 ‘빛알이 움트다’와 같은 뜻이다. 빛알이라는 주제는 잃어버리고 ‘잇’이라는 부속물이 주제가 돼버렸다. ‘이응’의 본래말은 ‘알·움’이 맞다. ‘빛을 이어 빛알로 움트다’와 ‘빛알이 움트다’의 준말인 ‘빛·알·움’ 또는 ‘알·움’이 옳다.

 ‘시옷’은 ‘빛이 살로 움트다’란 말이 줄어서 변형된 것이다. ‘살’의 어원은 ‘삿’이다. ‘삿이 움트다’가 ‘사시 움트다’가 됐다가 ‘시’와 ‘움’이 합쳐져 ‘시·옷’으로 변화했다. 이 또한 ‘이응’처럼 알맹이는 빠지고 곁가지만 남았다. 본래 ‘살·움’이 맞다. ‘미음’은 ‘빛의 몸이 움트다’가 ‘몸이 움트다’가 되고, 다시 ‘모미 움트다’로 변했다가 ‘미·움’으로 줄어든 다음, 다시 한 번 ‘미음’으로 바뀐 것이다. 본래의 뜻은 ‘몸·움’이다.
 정리하면, ‘허공에서 육체 없이 파장으로 존재하던 빛(ㅂ)이 엄마의 자궁에 생명체의 알(ㅇ)을 잉태해 열 달 동안 약 60조개의 살(ㅅ)로 변화해 이 땅에 몸(ㅁ)으로 태어나게 됐다’는 소리다.

 이후부터는 각론이다. 나머지 자음과 모음은 이들 넷에서 파생했다. ㄱ은 ‘빛이 깃들어 몸으로 움텄다’→‘깃들어 움트다’→‘깃·움’→‘기역’으로 변질됐다. ㄴ은 몸이 수평으로 공간을 이동하고 있는 모습, ㄷ은 몸이 빈 상태, 이런 식이다. 모음도 ㅂ, ㅇ, ㅅ, ㅁ에서 비롯됐다. 사람이 누워있다(ㅗ), 사람이 앉았다(ㅜ), 사람이 일어섰다(ㅓ), 사람이 뛰어가고 있다(ㅏ)

 ㅂ의 말은 모두 빛이다. ㅇ의 말은 모두 생명체의 알이다. ㅅ의 말은 모두 생명체의 살이다. ㅈ의 말은 모두 살이 적어지거나 작아지는 것이다. ㅁ의 말은 모두 생명체의 몸이다. ㄱ, ㄴ, ㄷ의 말들은 생명체의 몸의 겉·생명체의 몸이 금방 나타난 것(ㄱ), 생명체의 몸이 놓여져 있고·낳고 넣어진(ㄴ) 현상이며, 생명체의 몸이 포개지고·들어가고(ㄷ) 열리는 것이다. 또 ㄴ받침말은 과거, ㅁ받침말은 현재, ㄹ받침말은 미래어다. 이상, 세종대왕도 모르는 이론이다. 빛민족문화연구원 박해조 원장의 주장이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의 어원 분석도 별나다. ‘얼굴’을 ‘얼이 드나드는 굴’ 또는 ‘얼이 깃든 골’이라고 풀이한다. ‘얼간이’는 얼이 나간 사람, ‘어리석다’는 얼이 썩었다는 뜻으로 풀 수 있다고 한다. ‘어린이, 어른, 어르신’은 사람의 일생을 얼이 완성되는 과정으로 본 우리 문화에서 얼이 얼마나 알차게 영글었는가에 따라 달리 부른 말이란다.

 또 ‘고맙습니다’와 ‘반갑습니다’는 ‘신(神)’을 뜻하는 우리말 ‘고마’와 ‘반’에서 파생된 말이다. ‘당신은 신과 같습니다’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로 존중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본성을 태양처럼 크고 밝은 존재로 인식한 뿌리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좋다’는 주위와 조화로운 상태이며, ‘나쁜’은 주위에 대한 배려와 존중 없이 나밖에 모르는 ‘나뿐’인 상태를 말한다고 푼다. 한민족의 노래로 널리 불려지는 ‘아리랑’은 떠나간 임을 원망하는 ‘한’의 정서를 담은 게 아니라 ‘참나(얼, 본성)를 찾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견강부회, 희학질일 지도 모른다.

 임하룡에서 박영진으로 이어지는 개그의 명인들이 연구한 국어의 근원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 지도에서 토끼가 아닌 호랑이를 보는 애국애족의 혜안과도 일맥상통한다. 몹시 불편하게 몸을 뒤틀고 있는 호랑이꼴보다는 평화롭고 착한 토끼모양이 자연스러운 듯한데.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