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창조경제' 롤 모델 싱가포르를 가다

기사등록 2013/06/10 15:46:06 최종수정 2016/12/28 07:35:18
【서울=뉴시스】김민자 기자 =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서울정도의 아담한 크기다. 이곳 시내의 중심지인 마리나 사우스에는 55층 높이의 마리나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 국내 쌍용건설이 건립한 이 호텔은 대표적인 싱가포르 랜드마크 빌딩이다.  

 이 호텔 자체가 바로 싱가포르식 창조경제의 생생한 증거다.

 마리나베이 샌즈 복합리조트의 핵심 건축물인 이 호텔은 건설 전부터 시공 방식을 놓고 말이 많았다. 지상에서 최대 52도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채 올라가는 건물 위에 축구장만한 크기의 수영장을 올려놓겠다는 발상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쌍용건설이 최고 난이도의 공사에 성공하면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기자가 도착한 지난달 26일 오후 6시(현지시각) 즈음 호텔 로비에선 한국인 관광객들이 쉽사리 눈에 띄었다. 로비 천장의 ‘드리프트(Drift)’라 불리는 초대형 조형물이 시선을 붙잡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미국의 세계적인 예술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작품으로 흡사 거대한 철사들로 만든 망처럼 보인다.

 숙박비용은 객실당 60만원 선. 서민으로선 엄두가 안날 고가지만 2561개의 객실은 항상 꽉 차 예약조차 힘들다. 최근엔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싸이도 이 호텔을 방문했다고 호텔 관계자는 귀띔했다.

 마리나베이 센즈호텔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축물로서의 의미뿐 아니라 ‘파인 컨트리’ 싱가포르가 생존을 위해 국가 원칙을 수정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도박과 섹스에 대해 철저하게 금욕적 잣대를 적용해온 싱가포르가 ‘카지노’를 허용한 곳. 외국인 전용으로 시작했지만 내국인 출입도 가능하단다. 다만 싱가포르인에 한해 100달러에 달하는 입장료를 물리고 있어 아무나 접근하지는 못한다.

 아직까지는 싱가포르 내 카지노로 인한 폐해가 크게 눈에 띄진 않지만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했다’는 식의 뉴스가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카지노를 허가하는 데 반대도 많았다. ‘클린’ 이미지를 구축해온 싱가포르가 카지노라는 사행산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수백만에 달하는 중국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설득했고 결국 카지노 건립이 이뤄졌다. 대신 카지노 운영을 감시하는 ‘카지노 규제 위원회’를 설치하고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카지노 제한법’을 시행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취했다. 또 카지노로부터 거둔 세수를 복지 부문에 투입해 민심을 다독였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의 카지노 수입이 42억 달러를 기록, 아시아 태평양 카지노 시장에서 마카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됐다. 

 ‘동남아 최초의 테마파크’인 센토사 리조트 역시 싱가포르 정부가 같은 맥락에서 선택한 결과물.

 싱가포르 본섬에서 떨어진 센토사섬(Sentosa Island)에 위치한 이 리조트에는 골프장과 고급 요트클럽, 별장, 호텔, 테마파크 등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주중이라 평소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았지만 리조트 내에서 최고 인기를 끌고 있는 수족관만큼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주로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한다. 안내원의 말에 따르면, 센토사섬은 말레이시아인들이 평생 한번쯤 오기를 소원할 정도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다.

 싱가포르는 현재 이 두개의 리조트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관광수익은 2009년 128억 달러에서 2010년 189억 달러, 2011년 223억 달러로 각각 49%, 18% 증가했다. 일자리는 지난해 기준으로 2만2000명의 직접고용 인력을 포함해 4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관광도시로 알려진 마카오나 홍콩도 대규모 리조트는 많다. 시설만 보면 우리나라 리조트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싱가포르 리조트의 성공 비결은 ‘차별화’.

 윤희로 코트라(KOTRA) 싱가포르 무역관장은 ‘가족 중심주의’를 싱가포르 복합리조트의 성공 전략으로 꼽았다. 그는 “카지노가 핵심인 마카오는 남성을, 쇼핑이 주력 관광상품인 홍콩은 여성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반면 싱가포르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상품이 많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반발을 무릅쓰고 카지노를 선뜻 선택할 수 있었던 싱가포르.

 잡힐 듯 말듯 어른거리는 ‘창조경제’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신의 한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의 배제’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rululu20@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31호(6월11일~17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