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광주, 다시 평화와 통일로' 라는 주제로 17일 오후 7시부터 오월항쟁의 진원지인 광주 동구 금남로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5·18민주화운동 33주년 전야제는 전시와 참여, 공연프로그램이 어우러진 대동의 한마당이었다.
시민, 농민, 학생, 노동자 등의 전야제 참석자들은 녹색의 계절 5월의 청명함속 5·18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공연과 거리굿 등을 지켜보며 오월영령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앞선 이날 오후 6시부터 펼쳐진 518人의 거리 풍물굿은 행사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그 날의 영령들이 들어설 금남로를 정화했다.
국악관현악단의 '임을 위한 행진곡'과 함께 본격적인 막을 올린 전야제는 이야기꾼의 입담(시나리오)과 함께 시작됐다.
행사 중간 쌍용·용산·강정 등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눈물을 어루만지는 무형문화재 이애주 교수의 씻김굿이 펼쳐지자 참석자들의 눈시울에 붉은빛이 감돌았다.
또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기원하는 여중생의 맑은 목소리(편지글)가 울려퍼지자 숙연함이 일순간 금남로의 밤하늘을 감싸기도 했다.
3시간에 가까운 전야제는 좀처럼 한반도 위기상황이 극복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5·18민주화운동의 발발배경과 정신계승을 담아냈다.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동안 행사장 밖에 마련된 각 단체 부스에서는 금남로를 찾은 시민에게 따끈한 주먹밥을 나눠주며 80년 5월 당시 나눔과 연대의 의미를 되새겼다.
33년전 꽃잎처럼 쓰러져 간 오월영령의 마지막 외침처럼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린 전야제는 '우리 모두 힘을 내 다시 또다시'라는 주제의 밴드 공연을 끝으로 다음해를 기약했다.
하지만 5·18 마지막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앞에는 역사의 현장에 선 시민·학생들이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 받아 항쟁의 거리로 나서는 등 5·18의 참뜻을 되새겼다.
이날 전야제에는 황금연휴 첫 날 임에도 불구, 지난해보다 1000여명 많은 4000여명(오후 8시 현재 경찰 추산)의 시민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된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계가 국립5·18민주묘지로 발길을 돌려 농성을 펼치는 등 전야제 한 켠의 빈자리로 남았다.
특히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여부를 놓고 5월 단체가 분열하는 모습을 내비춰 33주년 전야제 행사의 아쉬움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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