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청사측 "어린이집 폭행 부끄럽다"
CCTV 일주일치 영상만 담겨 해명필요
【세종시=뉴시스】김태겸 기자 =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내 어린이집에서 '1살 원생 폭행 사건'이 발생한지 7일째, 경찰은 이미 CCTV 분석을 마친 상태로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폭행 정도를 논의한 뒤 오는 15일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앙청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 CCTV 등을 통해 해당 교실 외에도 추가 피해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며 관련 주제로 간담회를 갖고 사태수습을 위해 '세종어린이연합회'가 원장 대리 업무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이다.
최초 취재 당시 취재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금강어린이집 원장은 먼저 녹음을 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뒤 '1살 원아 폭행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하기 급급했다.
또 청사관리소의 승인하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해당 A교사에 대한 근무기록 열람 등을 요청하자 5분만에 “더 이상 인터뷰에 응하지 못하겠으니 나가달라”며 여교사 3명이 취재진을 문밖으로 쫓아냈다.
한편 세종청사 측 이 모 과장 외 담당자 2명은 CCTV내용을 확인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A선생이 (아동을)때려서라기보다 (어린이집)교사로서는 행동이 너무 거칠어서 사직서를 받았다" "발로 찬 것이 아니라 머리에 대기만 한 거다" "(잠을)자는 아이들을 원래는 안아서 옮겨야 하는데 발로 (매트를)끌고 다녔다"는 등 A교사가 어린이집 교사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뉴시스 5월10일 단독보도) 직후 학부모들은 이번 사건 관련 간담회(설명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부모들은 현재까지 폭행사건이 해당 부처의 소장이나 차관 또는 장관에게도 전혀 보고되지 않았음을 확인했고 이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석한 학부모에 따르면 막상 학부모 전체가 한자리에 모이자 그동안의 (금강 어린이집에 대한)불평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또 CCTV를 목격한 부모들을 중심으로 영상 속 장면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하는 CCTV영상을 본 학부모의 묘사 등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 군대처럼 지시하고 아이가 A선생 지시에 따라 매트리스를 스스로 접어서 선생에게 끌며 가져다 주었다. 물론 선생은 앉은 채로 이를 받았다.
▲ A선생이 문을 열다가 문 밑부분에 아이 발등이 찟겼다. (선생은 학부모에겐 긁어서 생긴 상처라고 주장했다)
▲ 티슈각(종이로 만든 휴지 넣은 상자)으로 만 1세 원생의 머리를 2차례 쳤다.
▲ A선생이 원생이 일어나지 않자 매트리스를 억지로 잡아 당겨 그 위에 있던 원생이 바닥에 넘어지며 굴렀다.
▲ A선생이 웃으면서 한 아이(2)의 얼굴과 머리에 고무공을 5~6차례 던지고 재미있어하며 웃었다.
▲ 뒤에 서 있는 아이를 앞으로 돌려 세우려고 아이의 두 팔을 잡고 세게 끌다 보니 아이가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울음을 터트렸고 그때서야 안아서 달랬다. (원장은 '선생이 당시 아이가 넘어질 때 손으로 받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 아이가 누워있는 매트리스를 발로 정리한다.
▲ A선생은 아이들이 주로 입에 넣고 물고 빨고 다니는 장난감들을 아무렇지 않게 허리도 굽히지 않고 발로 이리저리 휘저으며 장난감을 모으거나 밀고 다녔다.
▲ 보건복지부지침 ‘5세누리 과정’인 양치, 손 씻기 등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 (사건 이후 아이의 짐을 정리해보니 비누, 치약 등이 모두 새것이었다)
▲ 아이가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 있는데 이를 이리저리 성인걸음으로 빠르게 끌며 옮겼다.(위험해 보였다)
▲ A선생은 아이들 낮잠을 재우는 시간이 평균 1시~1시 반인데 비해 3시간 이상을 재운다. 그래서 저녁에 아이들이 밤 12시가 넘어도 잠을 안잔다.
▲ A선생에게 고무공을 맞은 아이가 집에서 아버지의 얼굴에 돌멩이를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고 한다. 이번 사건이 터지고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고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껴 이상행동(이유 없이 바닦을 기는 행동 등)을 하는 것을 봤다. 심하지 않아서 집에서 치료 중이다.
부모들은 원장이나 A선생이 허위진술과 주장을 하는 한 문제점이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피해자 부모들은 청사관리소 측에서 "이런 일이 한번 있었다고 원장이 바뀌거나 폐업 신고가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며 이런 상태에서 우리 아이들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문제가 이렇게 불거진 이상 아이를 다시 그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자 부모들은 20명도 안되는 교사들 중 70% 이상이 대학을 갓 졸업했으며 특히 사직한 A교사의 경우 어린이집을 수 차례 옮겨 다닌 부적합한 교사였다고 주장하고, 아울러 어린이집이 경찰에 제출한 CCTV에 왜 일주일치 영상만 담겨있는지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청사 김영선 관리소장은 "먼저 청사 내 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부끄럽다. 현재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세종시 사회복지과에서 현장 답사를 실시했고 관련 간담회를 갖는 등 세종청사 소장이 사실 규명을 위해 현장을 뛰고 있다. 또 현재 사태수습을 위해 '세종어린이연합회'가 원장의 업무대행을 하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등 추가적인 확인이 우선돼야 하고 경찰 조사를 마치는대로 해당 금강어린이집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시사 할(喝)'은 = 앞으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잘못된 제도나 문화 등을 비판하고 우리 사회가 공공성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신설한 기획이다. 할(喝)이란 주로 선승(禪僧)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꾸짖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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