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박연
조선 인조 5년, 동양의 바다를 공포에 떨게 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원 출신 해적 벨테브레가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조선 땅에 표착한다. '조선인 박연'은 조선에 들어온 외국인은 돌려보내지 않는다는 국법에 따라 억류된 벨테브레, 최초의 귀화 유럽인 '박연'의 이야기다. 박연은 조선의 훈련도감 내 외인아병대 대장, 병자호란의 영웅, 무과 장원급제자, 조선의 여인과 결혼해 일가를 이룬 사내, 모국 동포 하멜에게 조선의 말과 풍속을 가르친 통역관으로 남은 평생을 조선에서 살았다.
기존 역사소설 속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습과는 달리 파란 눈의 이방인으로서 무관이 돼 제2의 조국으로 받아들인 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박연의 삶을 다뤘다. 홍순목 지음, 상·하 각 권 424·420쪽, 1만2000원, 알에이치코리아
역사 속 여성을 탐색해 문학적으로 되살리는 데 몰두하고 있는 작가가 개성의 황진이, 성천의 김부용과 함께 조선의 3대 명기로 손꼽히는 매창을 발굴했다. 매창의 시와 사료, 부안 지역에 전해지는 야사 등에 상상력을 더해 조선 중기 문인들의 시정을 불러일으킨 예기(藝妓) 매창의 삶과 사랑을 직조했다.
시와 노래, 거문고 연주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던 매창을 비롯해 비천한 신분의 여성이었으면서도 맑은 품성으로 영육을 다해 사랑하고 향기롭게 살아내고자 했던 매창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윤지강 지음, 408쪽, 1만3000원, 예담
하나의 모티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탄탄한 이야기 위에 통통 튀는 상상력을 선보여온 작가의 14년 간의 시도와 실험이 담긴 소설집이다. SF적 상상력과 실험적 기법을 동원해 생명 복제와 이를 둘러싼 철학적 문제를 선구적으로 다룬 '믹스 언 매치' 연작 3편을 비롯,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언제라도 진탕 술을 마실 수 있는 술집 '그래도'를 찾는 사람들을 다룬 '서울, 2009년 봄', 비운의 죽음을 맞은 천재의 체세포로 만든 복제인간을 다룬 '두 사람이 보이는 자화상' 등이다.
어딘가 고장 나고 쪼그라든 사람들로 가득하지만 마치 이전 삶에 대한 부정성을 모조리 긍정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클리셰, '그래도'의 가능성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한다. 원종국 지음, 286쪽, 1만2000원,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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