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억 들여 거듭난 'CJ 토월극장' 이렇습니다

기사등록 2013/02/05 11:20:43 최종수정 2016/12/28 06:58:06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술의전당(사장 모철민)의 토월극장이 2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13개월 간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29일 공개됐다. 1993년 개관한 내부를 2011년 8월 철거, 같은 해 10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 11일 완공했다.

 공연업계의 큰손인  CJ그룹의 후원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름도 'CJ 토월극장'으로 붙여졌다. CJ는 총공사비 270억원 중 150억원을 부담했다. CJ는 올해부터 20년 간 매년 3개월(비수기)씩 이 공연장을 빌려쓸 수 있게 됐다.

 리모델링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객석이 2개층 671석에서 3개층 1004석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객석배치와 의자 편의성도 개선됐다. 기존 객석은 앞뒤 간격이 85㎝이고 가시각이 불량해 전체 좌석의 약 12%가 시야 제한석이었다. 그러나 이번 리모델링공사를 통해 앞뒤 간격을 95㎝이상 확보했다. 시야제한석은  5%이내로 최소화했다. 의자도 20만원짜리에서 100만원짜리로 교체했다.

 잔향이 공석 시 1.27~1.47초로 건축 음향성능도 개선했다.

 무대와 객석 간 거리인 프로시니엄(무대와 관객 사이를 갈라 놓는 벽)과 1층 객석 끝이 19m로 객석을 늘렸음에도 기존의 거리를 유지했다. 국내 1000석 안팎의 극장 중에서는 가장 가까운 거리라는 것이 예술의전당의 설명이다.

 노후 무대설비 역시 최신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했다. 특히, 무대 기계 상부인 '플라이 바'는 기존 48조에서 55조로 늘렸다. 수동인 시스템도 자동으로 변환했다.

 오케스트라 피트 활용도 극대화됐다. 35㎡(32인)에서 53㎡(45인)로 늘렸다. '오케스트라 피트 월'은 전동 타입으로 피트바닥과 연동해 전환이 가능케 했다.

 좌측무대 70㎡를 신설함에 따라 무대전환도 개선했다. 국내 중극장 중 유일하게 4면 무대를 구비하게 됐다.

 오케스트라 연주소리를 고르고 풍성하게 전달하기 위한 객석 전면 음향반사판 1개와 짧은 잔향시간을 요하는 뮤지컬, 연극 등의 음향을 고려한 전동식 흡음 배너 14개를 설치, 잔향시간 0.2초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분장실을 9개실에서 14개실로 확충하고 관객 동선을 개선하기 위해 로비중앙 계단을 신설하는 등 기타 편의 시설에도 신경을 썼다.

 토월극장의 가장 큰 장점은 넓고 깊은 무대다. 이 특성을 활용해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연출이 가능한 공연장으로 통했다. 객석이 부족해 흥행성이 약한 것이 단점이었으나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약점을 보완했다.

 그러나 2011년 중반 당시 CJ가 리모델링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불거진 우려는 아직까지 잦아들지 않았다. 본래 토월극장은 CJ가 리모델링을 돕기로 계약하면서 극장 이름을 'CJ시어터'로 정하는 방안을 고려한다고 해 연극·무용계의 반발을 샀다.

 토월극장은 개관 이래 연극·무용 등 순수 공연 예술의 산파 역을 했다. 명칭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본 도쿄 유학생들이 조직한 극단 토월회(土月會)에서 따온 것이다. 현실(土)을 도외시하지 않고 이상(月)을 좇는다는 뜻이다.

 뮤지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 CJ로 인해 상업성이 짙은 뮤지컬을 선보이는 전용극장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연극협회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토월극장의 명칭을 CJ시어터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돌입하면서 논란이 지속됐으나 토월극장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올해 CJ토월극장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불식된다. 뮤지컬은 2월19일 개관작으로 CJ E&M 공연사업부문과 뮤지컬해븐이 제작하는 '살짜기 옵서예'를  비롯해 '해를 품은 달'(7월·쇼플레이), '모던뽀이 & 모던껄'(9월·서울예술단) 등 3편이다. 근대가무극을 표방하는 '윤동주, 달을 쏘다'(5월·서울예술단)까지 포함해도 4편에 불과하다. '벽오금화'(4월·국립현대무용단) 등의 무용과 '안티고네'(4월·국립극단) 등 연극이 주를 이룬다.

 예술의전당 홍보부 김광수 부장은 "뮤지컬이 한 해 전체 라인업 중 40%가 넘지 않도록 했다"면서 "오케스트라 피트가 자동으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부분은 연극계의 의견을 참조하고, 연극·무용 작품 대관료 역시 리모델링 전 수준인 100만원대로 책정하는 등 순수 예술에도 꾸준히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토월극장(왼쪽),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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