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중국은 '마오쩌둥'을 버릴 수 있나

기사등록 2012/11/26 15:26:45 최종수정 2016/12/28 01:36:39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영유권 충돌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된 가운데 9월16일 상하이 도심에서 시위대가 사망한 지 오래된 공산혁명 지도자인 마오쩌둥의 초상화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하이=로이터/뉴시스>
【서울=뉴시스】문예성 기자 = ‘중국은 과연 마오쩌둥(毛澤東)을 버릴 수 있을까’, ‘중국 공산당이 당장(당헌) 개정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삭제할까’….

 중국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에서 시진핑(習近平)으로의 권력 승계가 공식 시작된 가운데 이 같은 질문이 더 많은 궁금증을 자극했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중공 지도부 내부 사정에 밝고 족집게 예측에 성공한 일부 홍콩 언론을 중심으로 하는 언론들이 당이 이번 당 대회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당장에서 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고, 특히 지난 1~4일 열린 17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17기 7중전회)에서 마르크스주의와 마오쩌둥 사상이 언급되지 않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하던 중국 전문가들도 헷갈렸다.

 마오쩌둥 사상이 당장에서 빠진다는 것은 중국의 사회주의는 ‘앙꼬없는 빵’으로 되고, 중국이 사회주의 성격과 공산주의 방향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으로 근본을 흔드는 천지개벽의 일로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당대회가 끝나면서 이 같은 관측은 ‘루머’로 판명됐고, ‘마오쩌둥 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 중요 사상’ 및 새롭게 추가된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과학발전관’과 함께 당의 통치 이념과 행동 지침으로 명시됐다.

 마오쩌둥과 그의 사상은 중국에서 무엇을 의미하고, 중국은 왜 마오쩌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먼저 중국, 중국 공산당이 마오쩌둥 사상을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가 바로 ‘서구적인 발상’이다. 통치 이념은 슬로건 같은 것인데 지도부가 교체되면서 한 개씩 추가되다 보면 너무 길고 복잡해져 좀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색깔이 바래진 중국이 사실상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받아들여진 지 오래됐고, 고리타분하고 현실적이지 못한 과거 이념은 일부 폐기하거나 드러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 아니면 모’식의 똑 부러지는 원칙은 중국에서 사실 잘 작동하지 않는다. 시비 판단의 경계가 모호하고, 절대적인 결론을 잘 내리지 않은 것이 중국의 특징이다. 서구식 공식으로는 중국 문제의 답을 영원히 얻을 수 없다.

 서구는 중국 공산당이 부패하고 썩어서 그 정권이 꼭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해왔지만 공산당은 90여 년 간 강하고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해왔다. 공산당의 이론과 정책, 사회주의 체제는 서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치밀하고 복합적이고 유연성이 강하다.  

 두 번째는 마오쩌둥 사상에 대한 외부의 과소평가다. 서구는 마오쩌둥이 재앙적인 동란의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많은 사람들은 그를 부정하거나 증오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도 일부 국민의 마음속에 마오쩌둥은 신 중국 건군의 아버지라는 의미를 넘어 신 같은 존재로 우상시되고 있다. 대부분 국민 마음 저변에서 마오쩌둥 사상은 몸에 밴 습관, 변하면 불안해지는 익숙함,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집착 등 같은 것이다.

 이는 9, 10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영유권 충돌로 중국에서 반일 감정이 격화돼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등장하고, 그것도 마오쩌둥이 숨진 1976년 9월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들이 초상화를 들고 나온 이유를 설명해주는 답이기도 하다. 당시 외부의 눈에 이는 참 아이러니한 풍경으로 비쳤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마오쩌둥 사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거나 절대적으로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에 대해 중국 내부도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쉽게 외부에 노출하지 않을 뿐이다.

중국 젊은이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베이징 '798 예술거리(藝術街)'에 있는  머리 없고 몸통만 남아 있는 마오쩌둥 동상(왼쪽)과 마오쩌둥 동상을 비롯해 마오쩌둥과 연관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이 팔고 있는 톈안먼(天安門)을 인근 기념품가게. <베이징=뉴시스 문예성 기자> 원본은 21일짜 국제부 사진에 있음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望井)과 가까운 곳에는 중국 젊은이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798 예술거리(藝術街)’가 있다. 폐기된 공장의 원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며 갤러리, 공방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가게와 음식점,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문화적 분위기가 물씬 나고, 중국인들의 생각을 느낄 수 체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구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의 한구석에는 머리 없고 몸통만 남아 있는 마오쩌둥 동상이 하나 있다. 작품에 대한 해석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국이 사회주의 ‘몸통’만 남아 있을 뿐, 이념 사상을 의미하는 ‘머리’는 남아 있지 않고, 중국인에게 마오쩌둥 사상은 습관처럼 몸에 익숙할 뿐, 머리로 생각하지 않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이 작품을 바라볼 수도 있다.

 한편 마오쩌둥을 상업화로, 우상화로 이용하기도 한다. 높이 6m, 폭 4.6m의 거대한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베이징 톈안먼(天安門)을 인근 기념품가게에서는 마오쩌둥 동상을 비롯해 마오쩌둥과 연관된 여러 가지 기념품들이 팔리고 있다.

 마오쩌둥 그림은 평화와 행운, 심지어 재물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신령한 것으로 생각하는 중국인도 적지 않다. 10년 전쯤 한때 중국에서 인사이드미러에 가족사진 대신 마오쩌둥 사진을 거는 것이 유행됐는데 이는 진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떠도는 소문 때문이었다, 소문의 내용인즉 어떤 지역에서 두 대의 자동차가 정면으로 충돌했는데 마오쩌둥의 사진을 건 차는 크게 부서졌지만 운전자는 목숨을 건졌고, 걸지 않았던 차량은 멀쩡했지만 사람이 숨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의 브레인들로 알려진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당장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삭제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해서 단순 해프닝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지도부는 예전에 정권 수호의 수단이 최근에는 정권을 흔드는 무기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마오쩌둥 사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마오이즘 근본주의자’인 신좌파가 있다.

 주로 학자와 하위 공직자, 작가 그리고 해외 정치운동가들로 구성된 신좌파는 자본주의 시장체제, 개혁·개방이 국가 빈부 격차를 확대하고 사회불안을 제공하는 등 사회 모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좌파는 규모도 작고 산발적으로 움직여 당장 정권 전복의 세력이 되기는 어렵지만 이들의 주장과 논리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어 중국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텐안먼광장에 있는 마오쩌둥 시신이 안치된 ‘마오주석기념당’이 그의 출생지인 후난(湖南) 샤오산(韶山)이나 공산혁명 성지인 징강산(井岡山) 등 지역으로 이전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이 제기되고 있다.

 ‘변화·개혁·혁명’의 상징인 마오쩌둥 사상은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중국 전 지도부와 새 지도부의 색과 근본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념의 충돌, 국민의 반발 등에 대한 우려로 영리한 새 지도부는 중국의 마오쩌둥 색(色)을 지운다고 경거망동하지 않을 것이다.

 sophis731@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304호(11월27일~12월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