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 정전' 1년, 제2의 블랙아웃 안심해도 되나

기사등록 2012/09/15 10:20:39 최종수정 2016/12/28 01:15:32
【서울=뉴시스】이상택 기자 = "어 어 어~"

 2011년 9월15일. 서울 삼성동 전력거래소 비상상황실에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갑작스런 늦더위로 예비전력이 쑥쑥 빠지면서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남의 나라의 일이라고 만 여겼던 후진국적 사고, 1인당 GDP 2만달러를 향해가던 대한민국에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꺼져버린 신호등, 마비된 은행업무, 멈춰선 승강기, 응급에 응급을 부른 수술대 등 영화에서나 볼수 있었던 상황등이 오버랩되며 국민들은 순식간에 멘붕으로 빠져 들었다.

 ◇아차가 부른 대형사고  

 지난해 9월15일은 평일인 목요일이었다. 하지만 전력당국의 패착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9월초 일일 평균 전력수요는 6550만kW대. 추석 다음날인 14일 수요가 5800만kW까지 내려 가면서 전력당국을 너무 안심시켰다. 굳이 전력수요 조정이 필요치 않았던 것.   

 하지만 오후 1시, 상황실에는 긴박감이 감돌았다.

 추석연휴에 이은 현장 복귀, 늦더위 기승 등이 몰아치면서 전력수요가 치솟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예비전력은 83만8000kW까지 내려갔다.

 아랑곳 않고 전력수요는 오후 3시, 6720만kW까지 뛰어 올랐다. 이는 전망치를 320만kW가량 초월한 것.

 결국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11분 부하를 긴급 차단하고, 지역별로 100만kW씩 돌아가며 긴급 순환 공급에 들어감으로써 최악의 사고를 막는데 만족해야 했다.  

 당시 사고로 지식경제부에 들어온 피해신청 신고건수는 8962건, 신고금액은 610억원에 달했다.

 ◇블랙아웃으로 얻은 것

 블랙아웃은 국민들을 멘붕으로 몰아갔지만 전력당국은 큰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한다. 한전 관계자는 "좋은 주사를 맞았다"며 당시를 평가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정부합동점검반을 꾸렸다. 이어 정전 재발방지 방안 수립을 위해 한전, 전력거래소, 학계, 연구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력위기 대응 체계개선 TF팀을 구성하고 총체적인 점검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경부는 수급예측 정확도 향상, 공급능력 관리강화, 수요관리 자원 확충, 위기대응 시스템 개선, 언론 및 대국민예고 강화 등 5개 분야 14개 세부과제를 개선했다.

 우선 온도 민감성과 발생가능 오차를 최소화하는 등 수급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공급 관리능력도 강화했다.

 또한 수요관리, 비상대응체제가 대폭 보강되고 부처별 각개 대응에 따른 혼선을 막기 위해 비상메뉴얼이 개편됐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전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바꾸어 놓았다는 점. 무조건 쓸 수 있는 화수분이 아니라 전기를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언제든 정전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지난 7~8월 여름 우려되던 전력대난을 이겨냈던 것도 전력당국의 기민한 대처외에 국민발전소로 대별되는 국민들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6-7월 실시한 국민발전소를 통해 전기 절감량은 6월 5억9000만kWh(829억), 7월 1억7000만kWh(248억)로 절감액은 1000억원을 넘었다. 

 ◇안심은 금물 

 그렇지만 안심은 아직 이르다. 긴급 사태에도 수요가 공급을 앞서려면 모두 1000만kW의 발전소가 건립되는 2014년이나 가능해서다.

 당장 올 겨울이 문제다. 올 겨울 최대 수요는 8100만kW인데 총설비는 8200만kW로 예비전력은 산술적으로 100만kW에 불과하다. 1기라도 고장나면 대규모 정전사태는 불가피하다.

 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12일 두툼한 전력수급 안정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년간 전력당국을 괴롭혔던 모든 만회책이 망라됐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내놓은 대책으로 전력 안정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말이 나온다.

 계속적으로 보강이 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흡한 수요관리 예측모델과 여전히 부족한 공급량 때문이다. 공급과 수급을 안정적인 수준까지 맞춰 놓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관리에 전적으로 의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최대전력수요에 못미치다고 무조건 발전소를 짓는 것은 낭비다. 최대전력이 필요한 시기는 몇일 몇시간이 안된다"며 "그보다는 수요관리의 전문성을 키워 수급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이 더 영리한 관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블랙아웃이라는 초유를 사태를 경험했던 국민들이 '자라'와 '솥뚜껑'을 구별할 수 있을 지는 사실 의문이다.

 lst01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