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곡물파동' 다가온다... 소맥 두달간 45% 급등

기사등록 2012/08/15 14:44:24 최종수정 2016/12/28 01:06:31
북반구 가뭄 심화... 국가단위 곡물확보전 펼치면 수급 더 꼬일듯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향후 미국의 가뭄 등 기후 여건이 악화될 경우 글로벌 곡물시장 상황이 과거 두 차례의 '곡물파동'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애그플레이션' 공포도 실물 경제를 서서히 위협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뜻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것으로 곡물가격이 상승하면서 일반 물가도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1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 농산물가격지수는 6월 중순 이후 미국 등 북반구의 가뭄이 심화되면서 6월15일부터 8월10일까지 두 달간 34% 급등했다.

 품목별로 소맥은 7월말 부셸(27.2㎏)당 9달러를 웃돌면서 두 달간 45%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7월 중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소폭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각각 38%, 24% 상승했다. 다만 쌀 가격은 6월 중순 이후 최근까지 14.5%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상승률이 낮았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투기 자금이 유입되거나 주요 생산국들의 수출 제한 움직임 등은 과거와 비슷하지만 수급 불균형과 작황은 올해가 가장 나쁠 것"이라며 "미국의 건조한 기후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곡물시장 상황이 과거 두 차례 곡물파동보다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세계 최대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이 전세계 곡물 생산 차질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7월 말에서 8월 초 미 중서부와 남동부 지역에 비가 내리고, 기온이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10월까지는 남서부 일부를 제외하고 건조한 기후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수급 여건을 살펴보면 미 농무부는 올해와 내년 전세계 곡물 수급이 4000만톤 생산 부족 현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6월까지만 해도 생산 초과를 예상했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6월보다 생산 전망치를 1억2300만톤(5.2%) 하향 조정한 것이다. 생산 부족으로 재고율은 5년래 최저치인 18.8%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생육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옥수수의 생육상태가 양호하거나 우수한 비율은 23%로 2007년~2008년의 56%를 밑돌고 있다. 가뭄으로 생육상태가 최악을 기록했던 1988~1889년(18%)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대두 역시 양호하거나 우수한 비율이 29%에 그쳐 2007년(61%)은 물론 1988~1989년(23%) 이후 최악이다.

 투기 자금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거들고 있다. 과거 두 차례 곡물파동 당시 선물시장에서 주요 곡물의 투기 순매수 포지션이 급증하며 가격 상승세를 가속화했던 현상이 올해도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소맥 선물옵션의 투기 순매수 포지션은 6월12일 -1만1000계약에서 이달 7일 6만5000계약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옥수수는 9만4000 계약에서 32만7000계약으로 3배 이상 증가했고, 대두는 5만 계약에서 23만 계약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오 연구원은 "최근 멕시코가 미국과 대규모 옥수수 수입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곡물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생산 차질 우려가 커지면 각국의 식량 확보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며 "이는 수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곡물 자급률이 낮고,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아프리카와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 증대와 공급 차질 등은 정치적·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2010년을 기준으로 26.7%에 불과하다. 쌀(104.6%)을 제외한 밀(0.8%), 옥수수(0.8%), 콩(8.7%) 등 주요 곡물의 자급률이 낮은 수준이다.

 오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5위 곡물 수입국으로 글로벌 곡물파동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 단기적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g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