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책꽂이-'황금광 시대' 외 4권
기사등록 2012/08/13 16:55:52
최종수정 2016/12/28 01:06:02
【서울=뉴시스】이재훈 유상우 이예슬 박영주 김정환 기자
▲황금광 시대
표명희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게임 테이블에서 베팅 액수란 숫자에 지나지 않아. 만 달러나 1달러짜리 칩이나 플라스틱 조각에 불과하다고. 그럼에도 다들 수치에 휘둘리지. 하긴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영국 카지노에서 나올 때 그가 한 말이었다. ‘왜 유독 바카라인가요?’ 현의 물음에 그의 표정이 시니컬 해졌다. ‘난 남의 패에는 관심 없어. 내 패로 승부를 가리고 싶을 뿐이지.’”(285쪽)
소설가 표명희(47)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황금광 시대’를 출간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지난봄까지 계간 ‘작가세계’에 같은 제목으로 연재한 작품을 수정해서 단행본으로 엮었다.
데뷔 때부터 지속해서 10대 청소년, 독신녀, 성 소수자들과 같이 사회의 마이너리티에 대한 관심을 견지한 표씨는 이번 작품에서도 동시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도박을 통해 비판적 시선으로 그린다.
싱글족을 등장시키며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의 가능·불가능성을 다룬 전작 ‘하우스메이트’에 이어 ‘황금광 시대’에서도 ‘카지노’라는 특수한 공간을 연속적으로 엮어낸다. 한국과 외국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군상과 그들을 낳은 사회 구조를 은유한다.
“의지와는 무관한 일들”, “우연히 맞닥뜨리거나 운명처럼 닥치는 그런 일들”(53쪽)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꿔버리는지 소설은 말한다.
도박으로 파산한 청년이 살 길을 찾느라 다시 도박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러니를 그린다. 하지만 주인공 ‘현’이 왜 애초에 도박에 손을 댔는지를 타박하는 것은 표씨의 관심 밖이다. 도박 빚을 갚지 못한 현에게는 다시 카지노로 돌아가는 방법이 최선의 수이자 유일한 선택지였다.
현의 선배이자 탄광노조 간부였던 노동 소설가 ‘K’가 노조 활동에 제약을 받은 뒤 무력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밖에 없었다고 할 때와 같은 이유다.
소설의 시작부터 현이라는 인물이 도박 중독자로 설정된 것처럼 도박판은 현에게 이미 짜인 판이다. 누군가에게 소설가로 사는 삶이 직조되듯, 누군가의 삶은 도박판으로 짜인다.
도박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꿈꾸는 ‘대박’ 역시 도박과 무관한 다른 많은 이들이 가지는 성공에 대한 욕망과 겹쳐진다. 현이 영화감독 지망생 시절 꿈꾸던 해외 단편 영화제 입선에 대한 열망은 ‘대박의 꿈’이 된다. 전직 카지노 딜러 제니가 말하는 ‘룰렛에서의 대박’과 나란히 놓인다. 본래 도박의 용어였던 ‘대박’은 이제 ‘성공’이라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 이를 통해 편씨는 카지노가 자본주의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축약한다.
표씨는 “우연히 주어진 패의 행운이 승패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듯, 경험과 실력이 승리를 장담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패를 던진 뒤에는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과도 같은 게임을 지속하는 방법이라는 것쯤은 나도 깨우쳤다. 그러니 이후의 일은 이 놀이판을 기웃거린 당신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 남자 조선왕
박경남 지음
판테온하우스 펴냄
“나는 당연히 내가 세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네. 설령 내가 아니더라도 장성한 형들이 많으니, 그 중 한 명이 세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 그런데 가장 어린 방석이 세자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 자두연두기? 같은 뿌리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형제를 해칠 수 있느냐고? 만일 내가 먼저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이 나를 죽였을 거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같은 뿌리일지언정 같은 콩깍지는 아니지 않나?”(태종)
“난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했네. 나아가 백성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전혀 그러지 못했어. 당장 백성을 배부르게 할 순 없어도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했네. 그런 점에서 난 시작부터 잘못한 셈이지.”(세조)
“역사란 승자에 의해 쓰인다는 말이 있지. 그런 면에서 조선의 진정한 승자는 왕이 아닐세. 바로 왕을 가르치려 한 사대부와 사림, 조정 대신들이지. 결국, 그들이 이겼고 그들이 조선을 망쳤어. 그런데도 모든 책임은 왕이 져야 해.”(예종)
“세자가 살아있었더라도 폐위시킬 생각이었네. 오랑캐 나라인 청에 호의적인 생각을 하는 세자에게 어찌 조선을 맡길 수 있겠나. 차라리 조선에 있으나 청에 있으나 와신상담하며 북벌을 꿈꾼 봉림에게 나라를 맡기는 게 낫지.”(인조)
“경주 김씨가 있던 자리에 안동 김씨가 들어오면서 그 세력은 어느 때보다 막강했지. 그들 눈에 왕이란 그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았네. 하지만 어찌 한 나라의 왕으로서 그들 뜻대로 되도록 내버려두겠는가. 김재찬을 곁에 두고 안동 김씨 세력을 견제하며 국정을 주도하려고 했지.”(순조)
조선 왕은 무소불위의 권력자가 아니었다. 물론 그런 권한을 어느 정도 부여받긴 했지만 이를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왕권을 마음껏 휘둘렀다가는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왕의 인간적인 고뇌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과와 책임으로만 규정짓는다. 따라서 왕이 갖는 역사적 무게와 책임을 고려하면 누구나 함부로 도전할 길이 아님에 틀림없다.
‘그 남자 조선왕’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려 태종·세조·예종·중종·선조·인조·영조·정조·순조·고종 등 조선 왕 10명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한 번쯤 ‘왜’라는 의문을 품었을 만한 질문을 통해 조선 왕들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한 아킬레스건을 파헤치고 있다.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
호사카 마사야스 지음
정선태 옮김
페이퍼로드
“전쟁에 패한 것은 황공하옵게도 평화를 애호하시는 폐하의 책임도 아니며 나의 지도로 애국의 열성에 불타 희생을 견디며 활동한 국민의 죄도 아니고 동료 여러분의 책임도 아니다. 전적으로 개전 당시 최고 책임자였던 나의 책임이다.”
도조 히데키(1884~1948)는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으로 꼽힌다. 그는 한때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만천하에 떨칠 영웅이라며 추앙을 받았지만, 연합군에 패전한 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몰락했다.
‘역겨운 멸시의 대상’으로만 평가됐던 도조 히데키의 실체를 드러낸 책,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가 나왔다. 일본을 대표하는 논픽션 저널리스트 호사카 마사야스의 책이다. 1979년 초판 출간 이래 30년간 지속해서 판매되고 있는 이 책이 한국어판으로 출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전후 세대에게 도조 히데키는 ‘혐오감을 유발하는 A급 전범’ 정도의 이미지로 남아있었고 그의 행적은 일본 근대사의 치부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도조 히데키를 불편하고 역겨운 대상으로만 남겨둬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에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조 개인에 대한 매도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아시아 민중을 전쟁과 죽음으로 몰아넣은 근대 일본 정치의 한계를 도조 히데키나 몇몇 전범들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책은 도조 히데키를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로 되돌려 놓기 위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총력전 시대를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이었던 그를 문제 삼는 것은 근대 일본의 정신사를 직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는 근대 일본의 역사뿐 아니라 ‘대일본제국’의 제국주의적 폭력에 고통을 겪어야 했던 동아시아의 역사를 조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희생해야 했던 한국인들에게는 그가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천황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일면 아쉽다. 전쟁을 부추긴 재벌과 주도한 군부의 결탁에 관한 측면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메라비언 법칙
허은아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누군가를 처음 만나고 헤어진 뒤 그를 다시 떠올려보면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웃는 표정이었는지, 무표정이었는지, 얌전하게 앉아있었는지, 목소리가 컸는지 등이 떠오를 것이다. 정작 그가 말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고 기억이 난다 해도 나중에서였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말보다 행동이나 표정, 목소리 등을 더 잘 기억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캠퍼스 심리학과 명예교수 앨버트 메라비언은 서로 대화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목소리는 38%, 보디랭귀지는 55%의 영향을 미치지만 말하는 내용은 7%만 작용함을 발견했다. 효과적인 소통에서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93%나 된다는 것으로 이를 ‘메라비언 법칙’이라고 한다.
‘메라비언의 법칙’ 저자는 10여 년 동안 2000명이 넘는 사람을 대상으로 비언어소통 방식을 분석한 결과 매력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비언어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끌리는 사람은 모두 외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긍정적인 표정과 눈빛, 보디랭귀지를 갖고 있다는 봤다. 그리고 이들의 비언어 특징에 따라 8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저자는 8가지 유형을 안철수(50), 유재석(40), 손석희(56), 현빈(30), 김연아(22), 반기문(68) 등 국내 대표 인사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분류의 신빙성을 더하고자 일반인 8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했다.
“이 책은 설문결과에 따른 인물별 분석 내용을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이들이 자신만의 비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들만의 매력요소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효과적으로 소통하는지 보여준다. 독자들도 자신만의 소통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역력을 쑥쑥 올려주는 아침주스&과일 채소 식이요법
와타요 다카호 지음
황미숙 옮김
새로운 제안 펴냄
건강해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런 저런 경로를 통해 듣고 보고 접한 건강법의 요점은 역시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운동을 한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못된다. 시간과 비용은 물론 사람마다 성향, 체질이 다른 만큼 지나칠 정도로 많은 운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운동과 담쌓고 지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반면 잘 먹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물론 잘 먹는다가 비싼 것이나 고급스러운 것만 먹는다가 아닌 경우에 한해서이긴 하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아울러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음식물들을 어떻게 먹어야만 운동과 거리가 먼 현대인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알았는지 일본의 소화기 외과 권위자이자 암 식이요법으로 유명한 와타요 다카호 박사의 저서 ‘면역력을 쑥쑥 올려주는 아침주스&과일 채소 식이요법’이 나왔다.
책 구성은 간단하다. 책 제목에 ‘주스’가 들어간 만큼 ‘레몬&그레이프 후르츠 주스’를 시작으로 과일끼리 아니면 과일과 야채를 이용해 만드는 주스 14종을 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컬러사진과 함께 앞세운다. 재료, 만드는 법 등도 수록해 따라 해볼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사실상 주스 얘기는 사실상 거기까지다. 저자는 그때부터 본래 준비하고 있던 ‘면역력 증대법’과 ‘암 예방법’ 등 ‘잘 먹어서 건강해지는 방법’을 총 6개장에 걸쳐 풀어놓는다.
주스에 흥미가 생겨 손에 든 책인데 주스 얘기가 적게 나온다고 불만스러워 할 필요 없다. 이 분야 권위자답게 면역력을 키우고, 암을 막아낼 방법들을 상세하고도 실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읽을수록 흥미롭고,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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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90호(8월14일~20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