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과 민간 매각에 발목이 잡힌 대전엑스포(1993)와 최악의 경기침체로 난관에 부딪힌 스페인 사라고사박람회(2008)는 실패작으로 기록되고 있는 반면에 중국 상하이(2010)와 일본 아이치(2005), 독일 하노버(2000) 등은 성공 엑스포로 각인되고 있다.
사후활용에 대한 외국의 선례를 살펴본다.
◇상하이 엑스포
중국 최초의 박람회이자 베이징올림픽에 이은 중국의 2번째 메가 이벤트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상하이 엑스포는 인기시설을 영구 보존키 위해 행사 기간 중에 사후활용 계획이 변경됐다.
당초 중국관과 주제관 등 4개관만 영구 보존키로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관 등 일부 국가관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톱5 국가관을 보존하기로 계획을 수정했고, 일부 전시관은 아직도 전시중이다.
전시구역을 '5개 구역, 1개 벨트'로 개발하는 '상하이 엑스포 구조계획'을 마련, 실행에 옮겼다. 5구는 세계 유명 체인박람회를 유치하는 '문화박람구', 세계적 혁신형 기업을 유치하는 '도시 실천구', 특급호텔 등을 건설하는 '국제사회구', 국제전람센터가 들어서는 '전람 및 상업구', 도시의 지속발전을 위한 '도시 발전구' 등이다.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라는 도시 이미지에 걸맞게 마이스(MICE) 산업과의 연계도 강화했다. 대부분의 시설은 정부기관 건물로 재활용되거나 공공기물을 만드는데 사용됐다. 호우탄 공원 등 영구 수변생태공원으로 활용한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아이치 박람회
세계박람회기구(BIE)에서 친환경 박람회를 표방한 이후 열린 첫 등록박람회로, 지자체가 행사운영과 사후관리 측면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이 박람회 개최 수년 전부터 공청회를 열고 "지역문화와 환경을 최대한 지키자"는 공감대를 이룬 점도 곱씹어볼 대목이다.
특히, '자연의 예지(Nature's Wisdom)'라는 주제에 맞게 환경보존의 중요성과 자연이 주는 유익함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토록 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센토시에 있는 주요 시설물은 삼림 체험장으로 유지 관리되고 있으며, 나카쿠테 전시장은 레저스포츠 단지로 조성돼 국제 규모 빙상장과 축구장, 야구장 등을 두루 갖춘 복합스포츠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세비야 박람회
콜롬버스 미대륙 발견 500주년을 기념해 1992년 열린 엑스포로, 대대적인 SOC 확충과 문화재 복원, 유적지 재건 등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사후활용에 지렛대가 됐다.
국가적 차원의 마스터플랜인 '카르투야 93'에 따라 엑스포 전시장은 공원이나 레저구역, 녹지구역, 테크노파크로 활용됐고, 국제육상경기대회와 꽃박람회 등 굵직한 이벤트 장소로도 쓰였다. 31개 전시관 중 27개를 철거한 뒤 재건축 등의 과정을 거쳐 호텔, 연구소, 상업시설 등이 들어섰다.
엑스포를 계기로 국제 첨단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고, 연간 90만명에 불과하던 세비야 공항 이용객은 박람회 개최 이후 300만으로 급증했다.
◇리스본 박람회
바다를 주제로 1998년 열린 20세기 마지막 박람회로, 도시 재개발과 박람회의 완벽한 조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설물의 폐기 혹은 재건축에 따른 낭비를 막기 위해 거의 모든 건물을 영구건물로 짓고 폐막 이후에는 관광서나 경기장, 공연장, 전망대, 호텔 등 도시에 유용하게 활용했다.
박람회장 안에는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고 박람회장 주변에는 카지노를 비롯한 대형 상가가 들어서는 등 지역 내 핵심공간으로 탈바꿈됐다.
리스본시는 박람회 주변지역에 대한 10개년 도시계획을 세워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상가 조성, 주거단지 개발, 강변 놀이공원 등을 추진, 엑스포를 도시 재생의 기폭제로 삼았다.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오키나와의 일본 반환을 기념해 1975년 치러진 세계 최초 해양박람회. 정부전시관 4곳만 남기고 모두 철거됐으며, 중앙 정부가 기념재단을 설립해 현재 '국영 오키나와 기념공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람회 이후 오키나와는 국제 해양관광과 스포츠의 메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츄라우미 수족관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몸길이 8-9m에 이르는 고래상어를 앞세워 연간 300만 관객몰이를 하며 오키나와의 관광명물로 각광받고 있다.
박람회 이후 엑스포장 일대는 연간 5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성장했다.
◇쓰쿠바 박람회
동경 편중현상을 완화하고 과학기술 선진국가의 메카로서 연구학원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1985년 열린 박람회로 엑스포를 통해 쓰쿠바시는 연구학원 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고 산업구조 역시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산업 기반으로 전환됐다.
과학정보의 소통과 인재 양성, 마인드 형성이라는 학문적 인프라 구축은 사후 운영을 담당하는 운영재단이 맡았다.
박람회 부지 대부분은 과학연구 및 산업단지로 민간기업에 매각돼 일본 유수기업의 신기술 개발연구단지인 '서부공업단지'로 조성돼 일본 대표기업 연구소 13개가 입주했다. 박람회 부지는 인근에 입주한 국립연구소와 대학, 기업연구소와 더불어 일본 과학기술연구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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