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각시탈·배트맨…가면들, 왜 입은 안 가릴까

기사등록 2012/08/01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1:02:41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KBS 2TV 수목극 '각시탈'에서 '이강토'(주원)가 쓰고 나오는 각시탈은 허영만(65) 만화 '각시탈'(1976)의 각시탈과 다르다. 만화의 각시탈은 얼굴을 모두 가리지만, 드라마의 각시탈은 콧구멍부터 턱까지 노출한 상태다.

 7월31일 관객 450만명을 넘어선 할리우드 SF 액션블록버스터 '다크나이트 라이즈'(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에서 '브루스 웨인'(크리스천 베일)이 착용하는 배트맨 복면도 콧구멍과 입, 턱 앞부분이 노출된 형태다.

 '가면 히어로'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는 쾌걸 조로도 마찬가지다. 1998년 할리우드 액션물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 '알렉산드로 뮤리에다'(안토니오 반델라스)가 쓰는 조로 가면은 눈만 가리는 안대 정도다.

 이처럼 드라마나 영화 속 가면(복면, 탈) 히어로들은 코(콧구멍)와 입을 그대로 드러낸다.

 앞서 드라마 '각시탈' 제작진은 만화와 달리 드라마에서 각시탈이 콧구멍과 입을 노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주인공이 탈을 썼을 때 더욱 멋지고 돋보일 수 있어야 하고 둘째, 주인공이 각시탈을 쓴 채 표정 연기를 통해 감정 전달을 해야 하며 셋째, 만화와 달리 드라마에서 얼굴 전부를 가리면 주인공이 액션신을 촬영할 때 호흡에 문제가 생긴다."

 반면 조로는 미국 작가 존스턴 맥컬리(1883~1958)가 1919년 탄생시킬 때부터, 배트맨은 1939년 만화가 밥 케인(1915~1998)과 스토리작가 빌 핑거(1914~1974)에 의해 창조돼 미국 만화잡지 '디텍티브 코믹스' 27호에 등장했을 때부터 그 모습 그대로다. 드라마 '각시탈'과는 출발부터 다른 셈이다. 그 덕에 영화 제작진은 각시탈 제작진처럼 주인공의 비주얼, 표정 연기, 액션시 호흡 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됐을 듯하다.

 그런데, 입이 노출돼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가면을 착용한 히어로와 여주인공의 키스신 때문이다.

 7월11일 '각시탈' 제13회에서 이강토는 각시탈을 쓴 채 여주인공 '목단'(진세연)의 이마에 입을 맞추는 절절한 러브신으로 시청자들을 설렘과 안타까움의 교차로로 밀어넣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웨인은 배트맨 복면 차림으로 여주인공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와 키스를 나눈다.

 뮤리에다 역시 조로 가면을 쓴 상태로 여주인공 '엘레나 몬테로'(캐서린 제타 존스)와 키스를 했다.

 가면 히어로가 키스를 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샘 레이미(53) 감독의 '스파이더 맨' 시리즈 2탄 '스파이더맨2'(2004)에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토비 매과이어)가 거꾸로 매달려 복면을 입까지 말아올린 뒤 여주인공 '메리 제인 왓슨'(커스틴 던스트)과 좋게는 낭만적이고, 나쁘게는 힘겨운 키스를 한 것이 여실히 증명한다.

 6월28일 국내 개봉, 484만명 이상을 모은 새 '스파이더 맨' 시리즈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새 '피터 파커'(앤드루 가필드)는 여주인공 '그웬 스테이시'(에마 스톤)와 가면을 벗고 있다가 키스를 한 덕분에 그런 곤욕을 치르지 않아도 됐다.  

 한편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악역 '베인'은 배트맨과 달리 코와 입을 가리고 있다. 과거 사람들에게 린치를 당해 코의 기능을 상실한 탓에 호흡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배트맨과 달리 키스신이 없었던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됐을 듯하다. 

 <사진> 위부터 '각시탈', '다크나이트 라이즈', '마스크 오브 조로'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