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고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세종대왕(재위 1418~1450)이다.
각종 사료에서 대군 시절 세종대왕은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의 소유자로 전해진다.
그런 세종대왕이 어떻게 '중화사상'에 찌든 조선 집권 사대부 세력의 반발을 뚫고 한글을 창제해 반포했고, 노비 출신 장영실(?~?)을 등용해 각종 과학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또 수등이척법으로 조세의 공평화를 꾀하고, 의창·의료제도·현대의 3심제와 유사한 금부삼복법을 제정했으며, 노비의 지위 등을 개선해 사형(私刑)을 금하는 개혁 정치를 펼쳤을까.
장규성(43) 감독은 그런 의문점들을 코믹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1835~1910)의 소설 '왕자와 거지'(1881)에서 모티브를 얻은 '세자와 노비'라는 새로운 해석을 통해 제대로 풀어냈다.
왕이 되는 것을 싫어하다 못해 두려워하던 소심한 세자 '충녕'(주지훈)이 대궐을 탈출하고, 집안이 역적으로 몰려 의금부로 끌려간 '수연 아씨'(이하늬)를 구하기 위해 대궐에 침입하려던 노비 '덕칠'(주지훈)이 얼굴의 점 하나, 은밀한 곳에 있는 종기 자국 외에는 외모상 99.9% 똑같다는 이유로 운명적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그린다.‘
충녕은 당초 가출을 통해 자신이 왕이 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어필하는 동시에 모처럼 얻게 된 자유를 잠시 만끽한 뒤 대궐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국 노비로 몰려 땅끝마을로 팔려가고 만다. 충녕은 계속 자신이 세자임을 주장하지만 모두가 '미친 놈' 취급하며 믿어주지 않는 것은 물론, 모진 매질까지 당하게 된다. 땅끝마을에서 충녕은 탐관오리의 가렴주구, 상국 명나라의 압박 등으로 인해 백성들이 겪게 되는 고된 삶을 알게 되면서 성군의 눈을 조금씩 떠간다.
이 영화를 통해 5년만에 돌아온 장 감독은 탄탄한 스토리에 '선생 김봉두'(2003) '여선생 VS 여제자'(2004) '이장과 군수'(2007) 등 전작들을 통해 과시한 출중한 코믹 본능을 제대로 녹여 넣어 시종일관 긴장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곳곳에서 빵빵 터지는 웃음으로 러닝타임 120분을 꽉 채웠다.
특히 세자가 된 덕칠이 상궁, 나인들의 도움을 받아 매화틀을 이용해 '큰 일'을 치르는 장면과 노비가 된 충녕이 수풀 속에서 큰 일을 본 뒤 평소처럼 주변의 도움을 받아 처리하려다 봉변을 당하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포복절도하는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그저 웃으면서만 볼 장면이 아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두 사람이 처해 있는 뒤바뀐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은 세자나 노비나 결국 '음식물을 먹고, 소화한 뒤 배변하는', 결국은 똑같은 '동물적 존재'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 영화를 통해 군 제대 후 3년만에 복귀하는 주지훈(30)은 충녕과 덕칠의 1인2역 연기를 통해 우여곡절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능수능란한 코믹 연기는 물론, 백성을 하늘로 여기는 성군으로 성장해가는 충녕과 부귀영화가 보장된 왕이라는 자리에 잠시 갈등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가치를 택하는 덕칠의 깊이 있는 내면연기까지 모두 만족시킨다. 특히 출세작인 MBC TV '궁'(2006)이나 KBS 2TV '마왕'(2007)에서의 카리스마와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 그 동안 자신을 기다린 팬들을 사로잡을 태세다.
변희봉(70) 백윤식(65) 박영규(59) 김수로(42) 임원희(42) 이하늬(29) 백도빈(34) 이미도(30)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맛깔나는 연기로 '원톱' 주지훈을 든든히 떠받쳐준다.
데이지 엔터테인먼트 제작, 롯데 엔터테인먼트 배급으로 8월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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