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리기사 '셔틀버스' 위험천만…'한푼이라도 벌려면 안탈수도 없고'

기사등록 2012/07/12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00:57:06
과속에 신호위반-정원초과 다반사… 100개 노선운영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대리운전에서 하루에 얼마나 번다고 택시 타고 집에 갈 수 없어요. 불법이라는 걸 알지만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면 어쩔 수 없어요."

 지난 6일 자정이 넘은 시각. 경기도 안양시 인덕원역 앞에 주차된 15인승 승합차 한 켠에 자리를 잡고 앉은 대리운전기사 최모(34)씨는 휴대용 PDA 단말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먼저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콜'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창문마다 운행 노선표가 붙어 있는 15인승 승합차가 줄지어 나타나더니 인덕원 앞 유흥가를 서성이던 대리기사들이 익숙한 듯 올라탔다. 승합차 창문에는 행선지를 알리는 '교보타워 사거리'라고 적힌 빨간색 노선표가 눈에 띄었다.  

 승합차는 정원을 초과하는 20여명 안팎의 대리기사들을 싣더니 이내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내달렸다. 승합차 내부는 더 많은 대리기사들을 태우기 위해 불법으로 개조됐다.

 최씨를 포함한 대리기사들이 타고 있던 회색 승합차는 인덕원역에서 사당역을 거쳐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대리운전기사들을 실어나르는 이른바 '셔틀버스'다.

 셔틀버스는 일정금액을 받고 대리기사들의 출퇴근은 물론이고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시간에 대리운전 기사들을 고객이 기다리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최씨는 "대중교통이 끊긴 시간에 서울로 올라갈 때 택시타고 움직일 경우 그날 번 돈 전부를 써도 모자란다"며 "대리운전기사 대부분이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절박한 사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10만명이 넘는 대리기사들을 태우고 서울과 수도권 일대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500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금은 2000~4000원 선. 교보타워 사거리와 잠실역, 합정역 등 유흥가 지역을 정류지로 포함한 버스 노선만 100여개가 넘는다. 셔틀버스는 학원에서 이용하는 승합차가 대부분이다.

 대리기사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PDA 단말기에는 셔틀버스 노선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노선을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해 손쉽게 셔틀버스 노선과 도착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업체들이 조직화 돼 노선이나 요금 문제 등으로 충돌하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않고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불법이다. 사고가 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특히 셔틀버스 운영업자는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내부를 개조해 정원초과는 물론 과속에 신호 위반까지 서슴지 않다보니 대리기사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아껴야하는 대리기사들은 위험한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합정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던 대리운전기사 박모(47)씨는 "몇 년 전까지 해도 대리운전업체에서 직접 운행하던 셔틀버스가 있었는데 운영비 절감차원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며 "대리운전 업체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비는 내리고 알선업체 수수료는 올라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이어 "불법이고 위험한지 알지만 당장 한 푼이 아쉬운 대리운전기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게 셔틀버스 밖에 없다"며 "셔틀버스마저 운행하지 않는다면 대리운전기사들은 정말 먹고 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단속 권한이 있는 지차체들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운송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법적인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셔틀버스가 서울과 경기도를 수시로 오가고 운행사실을 발뺌을 할 경우 증거자료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단속할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면허나 등록 없이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을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무섭도록 성장한 대리기사 셔틀버스. 오늘도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