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체험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설…'소년시대'

기사등록 2012/06/17 11:52:08 최종수정 2016/12/28 00:49:33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다큐멘터리 1세대 사진가 최민식(84)의 사진은 살아있다. 꾸며내거나 조작하지 않는다. 특히 체험이 더해져 인간적이다.

 작가가 포착한 사진은 1950~1970년대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의 남루한 일상이다.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아낙네가 하던 일을 멈추고 선 채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 국수를 먹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엄마와 할머니, 우는 동생의 눈물을 닦아주는 어린 누이, 판잣집에 기대어 말뚝박기를 하는 아이들의 함성, 남부끄러운지 모르고 홀딱 벗은 채 카메라를 향해 지은 어린이들의 함박웃음….

 최옹은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야 한다. 무엇보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체험이 없으면 살아있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애환이 있다. 촬영 대상을 발견하는 동시에 기쁨과 슬픔이 담긴 그 표정을 읽어야 한다. 그런 삶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북 안동 출생인 그는 어린 시절 황해도 연백에서 소작농으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가난을 겪으며 자랐다. 평남 진남포에서 미쓰비시 기능자양성소 기능교육을 수료하고 자동차기능공으로 일했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 낮에는 과자공장에서 막일을 하고 밤에는 미술학원에 다니며 화가의 꿈을 키웠다. 6·25동란이 끝나자 일본으로 밀항, 도쿄중앙미술학원에 들어가 2년 동안 미술공부를 했다.

 그곳에서 우연히 접한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사진집에 매료돼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하며 사람을 소재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거지나 가난에 찌든 사진만 찍어 외국에 전시하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박정희 정권의 박해를 받기도 했다.

 "내 사진을 보고 '그 정도는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 학생들도 내 사진을 보면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하지만 막상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는 맛이 안 난다고 한다. 그것은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게꾼·넝마주이·군고구마 장수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그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 '소년시대'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걸었다. 1957년 이후의 부산 자갈치시장과 광안리 해변, 영도 골목, 부산역 등을 배경으로 한 사진 150점을 내놨다. 이 가운데 120점은 처음으로 발표한 사진이다.

 작가의 모든 자료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다. 2008년 자신의 사진 원판 10만여장 등 13만여점의 자료를 국가기록원에 내놔 민간 기증 국가기록물 제1호로 지정됐다.

 롯데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국가기록원에 있는 10만장의 필름 가운데 전시 주제에 맞는 어린이 필름을 고르고, 스캔하고, 프린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작가는 "인화가 매우 잘됐다. 내가 못 본 사진도 많다.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웃었다.

 최옹은 올가을 사진집 시리즈 1집부터 14집 가운데 800여점을 골라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내년에는 15집을 낼 생각이다. 자금이 마련되면 아프리카 난민들의 생활상도 찍고 싶다. "아프리카 중부 지역에 가면 난민들이 모여 사는 천막이 1000개나 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이들의 모습을 찍고 사진전도 하고 책도 만들고 모금운동도 해볼까 생각 중"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우리 나이로 여든다섯이다. "아직 눈과 귀가 밝다. 걸음걸이도 빠르다. 이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사진을 더 찍으라고 혜택을 준 것이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사진을 찍을 것이다. 18집까지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한다."

 전시는 7월8일까지다. 02-726-4428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