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34)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에서 변화하는 도시인들의 라이프스타일 풍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온 작가다. 스키장, 수영장, 산이나 공원에서 여가를 보내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화면에 채운다.
인공낙원으로 꾸며진 휴양지에 밀집해 있는 비슷한 듯 다른 사람들의 풍경은 매우 획일적이며 건조하게 느껴진다.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며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활기차다. 이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또 다른 틀 안에서 획일적이고 반복적인 패턴화된 움직임을 화가는 포착한다. 다양한 휴양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각 인물을 익명화시키고 몰개성적으로 그려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갤러리 선 컨템포러리에 걸린 작품들은 한 가지 주제를 회화·드로잉·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풀어낸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색·공간·움직임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수채화로 그린 드로잉은 모두 하나의 풍경이다. ‘화이트 나이트’ 시리즈는 하얀 눈과 검은 하늘로 대조돼 나타난 스키장의 야경이다. 스키장 야경을 그린 드로잉들을 한 줄로 펼쳐 놨다. 화면에는 여러 장소의 스키장이 뒤섞여 있다. 이 풍경은 공간적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시간적으로도 연결되지 않은 분절된 풍경들의 집합이다. 이러한 공간들을 뒤섞어 펼쳐 놓음으로써 풍경 자체를 하나의 패턴화 된 공간으로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스러운 풍경처럼 보이는 모호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영상작업은 비슷한 행동을 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움직임을 포착, 드로잉으로 재구성했다. 달리기·줄넘기·훌라후프·경보·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해체해 재조립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의 눈에 비친 현실을 재해석했다. 지속해서 그려내는 드로잉을 바탕으로 하는 영상이다. 각기 다른 사람들의 같은 행동을 겹쳐서 ‘레저’라는 이 시대의 특징적 활동들을 단순화시켜 결국 기호화된 하나의 움직임으로서 보여준다. 배경이 없이 인물의 움직임만을 포착한다. 각기 다른 사람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 각자의 개성이 드러날 법도 하지만, 드로잉들을 겹쳐서 돌리면 거의 하나의 인물이 움직이는 몰개성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문화부 차장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