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들 스포츠용품 업체들이 주최하는 대회는 각종 기념품 및 마라톤용품을 제공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참가비를 높게 받는 경우가 많아 참가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게다가 고가의 기념품과 마라톤 용품을 제공해 인기 있는 마라톤대회의 경우 한정된 참가권이 인터넷을 통해 고가에 거래되는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6일 오후 6시30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리는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는 지난달 16일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다.
단 몇분만에 모집정원 7000명의 신청이 마감됐다. 일부 신청자들은 3만원이라는 고가의 참가비에도 불구하고 나이키스포츠사가 내건 행사 경품과 서비스에 혹해 앞다퉈 신청한 것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 두번째 행사를 개최하는 나이키스포츠로서는 고가격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참가자들을 손쉽게 모은데 이어 홍보효과까지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참가자 전원에게 기념 티셔츠를 제공하며 완주자에게는 기념 목걸이도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아디다스 MBC마라톤'에 참가했던 직장인 최기나(36)씨는 "참가비 4만원에 비해 더 비싸보이는 티셔츠와 가방을 주더라. 꼭 의도한 건 아니지만 다른 브랜드 마라톤은 뭘 주나 궁금해 신청하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이같은 선물제공 마라톤 행사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참가티켓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개인간 불법 거래가 난무하고, 그로 인한 2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나이키우먼스 레이스'의 참가 티켓은 현재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식 참가비 3만원의 두배를 넘는 6만∼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실제 이들 가운데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지난달 말까지 거래 희망 공지가 180여건이 올라왔으며, 이중 여러건의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거래가 늘면서 사기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돈을 보냈는데 티켓을 보내주지 않았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나이키 우먼스 레이스' 티켓을 많은 분들이 구하려다 보니, 사기꾼까지 등장한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더욱이 불법거래된 참가 티켓으로 레이스에 참가할 경우, 부상 등 사고가 발생해도 전혀 보상받지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최측은 참가신청시 제시된 주민등록번호와 실제 참가자의 것이 다를 경우, 피해보상 등에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업체들은 물론 참가자 스스로도 대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던 김상수(41)씨는 "마라톤대회를 개최하는 업체들이 자사 브랜드나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홍보할 수는 있지만 도가 지나치면 '상술'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축제의 장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포츠브랜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면서 뭔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며 "최근에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행사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티켓 양도 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전에 고려하지 못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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