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집중 뮤지컬 '위키드' 두 마녀, 드디어 왔다

기사등록 2012/04/25 19:42:18 최종수정 2016/12/28 00:34:46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5일 오후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젬마 릭스(왼쪽)과 수지 매더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fufus@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시간45분의 러닝타임 동안 무대가 54번이 바뀌고 조명의 큐사인은 594번이나 들어가는 블록버스터 뮤지컬 '위키드'의 방점은 무엇보다 촘촘하게 짜인 이야기다.

 미국의 동화작가 L 프랭크 봄(1856~1919)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58)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바탕이다.

 '도로시'가 오즈에 떨어지기 전 이미 그곳에서 만나 우정을 키운 두 마녀가 주인공이다. 나쁜 마녀로 알려진 초록 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불 같은 성격 때문에 오해를 받는 착한 마녀이며, 착한 금발마녀 '글린다'는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독차지하던 허영덩어리였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전혀 다른 두 마녀가 어떻게 친구가 됐으며 어떻게 해서 나쁜 마녀와 착한 마녀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너무 달라 서로를 멀리한 두 마녀가 상대방의 아픔과 진심을 안 뒤 진정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시기하고 질투하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게 되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관계는 젊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살 만하다.

 호주 프로덕션의 오리지널팀 '위키드' 공연에서 4년 간 호흡을 맞춘 엘파바 역의 젬마 릭스(28), 글린다 역의 수지 매더스(27)는 극 안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우정을 나눴다.

 매더스는 25일 '위키드' 기자간담회에서 "2007년 오디션 때 처음 만나서 6개월 뒤 리허설을 같이 시작했다"며 "4년 동안 함께 공연하면서 밖에서도 만나며 친해졌다"고 알렸다. "릭스는 주로 공중에서 연기를 하는데 나는 그 아래에서 감동을 받았고 우정을 쌓았다"는 것이다.

 릭스 역시 매더스에 대해 "자그마한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큰 소리가 나오는지 감동"이라며 "함께 연기를 하게 돼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위키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공연제작사 설앤컴퍼니의 설도윤(53) 대표는 "두 사람이 극중 캐릭터들처럼 돈독하기로 유명하다"며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정말 친하다"고 확인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5일 오후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젬마 릭스(왼쪽)과 수지 매더스가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fufus@newsis.com
 호주 출신인 릭스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에 출연하며 밴드 '더 팝 익스피리언스'에서 리드보컬로 활약했다. 2006년 일본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몬스터 록&롤 쇼'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신부 역을 맡으면서 주목 받았다. 

 '위키드'에서는 에메랄드 빛 초록색 피부와 마술의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이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는 엘파바를 연기한다. "나쁜 마녀를 연기하는 데 도전이 필요했지만 하늘을 날고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점에 재미를 느꼈다"고 전했다.

 따돌림을 당하는 캐릭터라 어려움이 많았다. "본래 차별을 반대하는 사람인데 캐릭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있다"며 "다소 신경질적인 인물이라 만날 화를 내고 있어야 하는 점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매일 녹색으로 피부 분장을 하는 데 1시간씩 걸리는 것"도 힘든 일이다. 때문에 "배우들이 내곁에 오지 않았다. 본래 아무도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라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4년 동안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지겨울 법도 하다. "항상 모든 것을 정해놓고 연기하지 않는다"며 "당일 분위기에 따라 포인트를 찾아내려 하고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매번 똑같지 않게 하면서 캐릭터를 새롭게 탐험한다"고 답했다.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태어나 호주 서부의 퍼스에서 자란 매더스는 2007년 뮤지컬배우 양성학교로 유명한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 아카데미 오브 퍼포밍 아츠'(WAAPA)를 졸업했다. 호주 출신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44)과 히스 레저(1979~2008)가 거친 곳이다.

 뛰어난 노래 실력과 밝은 성격의 매더스는 생기발랄한 캐릭터인 글린다에 안성맞춤이다. 글린다처럼 본래 금발이기도 하다. "금발이 다소 백치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나는 멍청하지 않고 똑똑하다"고 웃겼다. '위키드'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외향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릭스와 마찬가지로 4년 간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다른 프로덕션에서 '맘마미아!'에 1년간 참여하기도 했는데 '위키드' 제작팀은 항상 무엇인가를 새롭게 창작하려 한다"며 "나 역시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면서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동욱 기자 = 25일 오후 장충동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위키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수지 매더스(오른쪽)과 젬마 릭스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fufus@newsis.com
 좋아하는 노래로 엘파바가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 때 부르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를 공통적으로 지목한 두 사람은 "위키드의 두 마녀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라며 "4년 간 이 역을 맡게 돼 영광이고 한국에까지 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돼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공연에는 한국인 6명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한다. 음악감독 데이비드 영은 "음악 용어는 원래 이탈리아어가 많아 의견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설 대표는 "오리지널 공연과 똑같다. 다만, 영어 대사 등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군데 자막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배우들이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데 극 도중에 배우들이 한국팬을 위한 서비스를 선보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위키드'는 2004년 토니상에서 여우주연상, 무대디자인상, 의상디자인상 등 3관왕을 차지하는 등 그래미어워드, 드라마데스크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총 35개 트로피를 거머쥔 작품이다.

 5월31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개막한다. 설앤컴퍼니와 함께 공연제작사 CJ E&M 공연사업부문이 제작한다. 5만~16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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