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현장]은평을 이재오-천호선, 상반되는 선거운동 행보

기사등록 2012/04/01 11:54:02 최종수정 2016/12/28 00:27:13
【서울=뉴시스】김희준 기자 = 4·11총선 서울 은평을에서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와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의 선거운동은 유독 비교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 전략 때문.

 이 후보는 '조용하게' 지역 주민들과 스킨십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그의 유세차는 자전거다. 유세차가 지역구를 돌아다니기는 하지만 그저 '돌아다닐' 뿐이다. 노래는 틀지 않고, 마이크도 쓰지 않는다.

 선거운동 개시일 이전까지는 자신의 일정을 언론에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이 후보의 인터뷰를 위해 사무실을 찾았던 취재진은 수확없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그가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골목을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인사하고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담기 위해 몇 시간씩 골목을 헤매는 취재진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헤매도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거운동 개시일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일정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극히 제한적이다. 하루에 하나 정도의 일정만을 공개한다. 배식 봉사를 하거나 어린이집 봉사를 하는 일정 정도만 알린다. 이외의 일정에 취재진이 함께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언론과 거리를 두고있지만 그의 선거운동은 적극적인 부분이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홈페이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활동 사진을 계속해서 게시한다.

 젊은 층을 잡기 위한 아이디어 찾기에도 고심한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패러디 명함을 만들어 20, 30대가 많이 찾는 연신내역 주변에서 저녁 시간에 명함을 돌렸다.

 그가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은 은평을 선거가 'MB정권-참여정부' 대리전으로 표현되고 있는 가운데 공개적인 행보에 나설 경우 상대 후보와 대립 구도가 부각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친이와 친노의 대리전이라는 얘기는 큰 의미가 없다. 호사가들이나 하는 말"이라며 "은평 주민에게 급한 것은 친이, 친노가 아니라 은평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의 선거운동은 주민과 밀착하는 선거운동이다. 주민 속에 들어가서 감독을 끌어내는 것"이라며 "인간 이재오의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진실을 가지고 몸으로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천 후보는 이 후보의 선거 운동에 대해 "이 후보 선거운동의 핵심은 혼자서는 부지런히 움직이고, 조직은 스스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 중앙 이슈로부터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방송 토론을 자제하는 것도 그런 이유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인지도가 낮은 천 후보는 자신을 알리는데 보다 적극적이다. 은평을에서 4선을 지낸 중진 이 후보의 '텃세'를 넘어서기 위해서 일단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천 후보는 자신의 일정을 언론에 알리고 취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한다. 그의 유세차도 부지런히 지역구를 누빈다. 이 후보는 아예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지지 않은 반면 천 호부는 3월31일 뒤늦게나마 개소식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승리 각오를 다졌다.

 천 후보의 가족들도 발벗고 나섰다. 특히 군 입대를 앞둔 차남 경준 군은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다. 경준 군은 지난달 31일 저녁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천 후보의 명함을 돌리며 아버지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경준 군은 "군대에 가기 전에 아버지 취직 좀 시켜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리기 시작했다. 정치에 관심은 없었는데 군대가기 전에 의미있는 일을 한다고 하면 아버지를 돕는게 아닐까 생각했다"며 "가끔 타 후보 지지자가 화를 내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천 후보의 선거운동이 시끄럽지는 않다. 그의 유세차는 마이크를 이용하지만 소리가 크지 않다. 시끄러운 것을 좋아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 캠프 측의 전언이다. 천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연설을 하는 것보다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천 후보는 3월31일 저녁 불광역 근처 NC백화점 앞에서 유세전을 펼친다고 했지만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유세차를 세워뒀을 뿐 대조시장을 걸어다니며 주민들과 직접 만났다.

 그는 자신의 선거운동에 대해 "종일 걸어다니면서 현안에 대해 듣고 공약에 대해 말하는 대화형 유세라고 보면 된다"며 "유세차 마이크도 작게 틀어놓고 주민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려고 한다"고 전했다.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 후보와는 달리 천 후보는 20, 30대의 지지를 자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젊은층이 이 후보를 찍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나에게는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더 중요하다"며 "아마 민간인 사찰을 포함해 현 시대를 보면 젊은 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후보와 천 후보의 상반되는 선거운동 전략 탓에 두 후보가 함께 출연하는 토론 방송은 아직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천 후보 측은 "이 후보 측에서 계속해서 고사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측 전략이 그러니 어쩔 수 있나"라며 아쉬워했다.

 이 후보가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머문 반면 천 후보는 은평구에 정착한지 얼마되지 않아 이와 관련된 신경전도 있다. 경준 군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께서 우리가 이 지역에 살지 않는다며 아버지께 '철새'라고 표현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은평구에 살지 않는 후보가 와서 정치적 바람몰이로 표를 얻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 은평구 주민들은 넘어가지 않는다"고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천 후보는 "재보궐 선거가 있기 이전부터 살아서 3년이나 됐는데 살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토박이가 반드시 지역발전을 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성립되지는 않지 않나. 그러면 이미 발전시켜놨어야 한다. 아직 남은 것이 있어 마무리하고 싶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후보는 "새로 왔다고 해서 은평구 주민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며 "괜한 시비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율은 다소 벌어진 상태다. 지난달 중순께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천 후보가 이 후보에 최소 0.7%포인트차까지 따라붙었지만 다시 이 후보가 크게 앞섰다.

 26일 중앙일보·엠브레인·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39.1%로 천 후보(24.2%)를 14.9%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27~28일 MBN과 매일경제가 서울마케팅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38.3%로 26.5%인 천 후보를 11.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jinxijun@newsis.com